5일 남북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9일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미-한 연합군사훈련 연기와 남북 대화가 결정된 가운데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무기 역량을 통해 대화에서 우위를 선점하려 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이번 남북 대화를 통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대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오는 9 일 고위급 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양국의 대화는 올림픽과 일부 남북간 현안들에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문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2년만에 열리는 남북간 고위급 회담인 만큼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북한이 이번 회담의 주도권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 주장을 바탕으로 대화 의제 역시 정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트로브 펠로우는 남북 대화가 미-북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펠로우] “I think that this is taken as President Moon’s initiative. President Moon has inherited sunshine policy. So I don’t think it is helpful or useful.”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제의로 이뤄진 것이고 이는 전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산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음에도 북한과의 교류를 계속 확대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2일 열린 1차 접촉에서 두 나라 대표단이 악수하는 장면 (자료사진)
지난 2015년 8월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 대표들이 악수하고 있다.오른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한국의 김관진 국가안보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대화에서 미-한 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연구원] “North may well bring this up next week and demand a complete cancellation instead of just the postponement.” 

북한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미-한 군사훈련 중단을 중요한 단계로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이 다가옴에 따라 한국과 미국 모두에 대해 강한 입장에 서서 협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스트로브 펠로우 역시 미-한 군사훈련 연기는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펠로우] “It plays into the hands of those who actually like to undermine the alliance cooperation such as Chinese and North Koreans. It gives an impression that we don’t think that we can’t have peaceful Olympics unless we do what North Koreans want.” 

미-한 동맹 협력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중국과 북한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겁니다. 

또 훈련 연기 결정은 미-한 양국이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평화로운 올림픽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더라도 남북이 무조건 화해 국면을 맞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연구원] “False Euphoria that took places after those Olympics. Even if North Korea sends the team be cautious about what comes next ward.”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당시에도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뒤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는 게 현재 필요한 대북 정책이라고 주문했습니다. 

미-한 군사훈련 연기는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하며 이런 상황은 북한과의 관여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군사훈련 연기를 계기로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쌍중단’의 일부 내용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I have been an advocate of some very end of freeze for freeze. We could actually cap the size of our exercises in exchange of verifiably freezing and capping its nuclear missile programs.”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동결을 전제로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핸론 연구원은 남북 대화가 미-북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남북대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훈련 연기 결정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올림픽 기간 중 조용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미-한 동맹은 앞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훈련을 축소하고 더욱 방어적인 훈련에 집중해 북한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북한도 이런 움직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국과 한국이 일방적으로 훈련을 축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