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한 후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한 후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면서 과거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실제 북한의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부터 최근까지 총 4차례의 합의를 이뤘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가 나왔고, 2005년과 2007년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 채택과 2.13합의가 탄생했습니다. 이어 2012년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2.29합의 맺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합의들은 깨지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제네바 기본합의는 2002년 북한의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 1부상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 개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파기됐습니다. 또 9.19 합의와 2.13 합의 역시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북한의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로 좌초됩니다. 

지난 201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글린 데이비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한 후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글린 데이비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한 후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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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합의의 경우, 당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약속했지만, 북한이 불과 16일 만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 내용이 무색해졌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맺은 합의 역시 비슷한 결말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2009년 천안함 폭침사건을 일으키고, 이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을 지속하면서 남북 대화와 합의를 통해 출범한 각종 경제협력과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던 사업들은 모두 중단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복귀한 뒤 미국 등과 합의를 이뤘지만, 이후 핵실험 등 도발을 하면서 이를 파기하는 악순환을 보여온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이런 악순환을 거쳐오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는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4일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두 정상이 최대의 대북 압박 캠페인을 지속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도 줄곧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1994년 북한과의 핵 합의를 부정적이고 나쁜 경험이었다고 묘사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보좌관] “It was a weak agreement that was not monitored effectively and was not enforced…”

당시 합의가 효과적으로 감시되지 않았고, 합의 내용도 약했다는 겁니다. 또 제대로 된 이행이 이뤄지지도 않으면서 북 핵 위기가 지금처럼 커지게 만들었다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강조했습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제안하고 있는 ‘쌍중단’ 제안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보좌관] “We are out of time because approaches in the past…”

북한 문제 해결에 시간이 없다는 건 과거의 접근법이 위험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추거나 되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쌍중단’ 제안은 긴 협상이나 대화 과정의 시작일뿐이며, 이 때 북한은 계속해서 핵 역량과 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맥매스터 보좌관은 1994년 당시처럼 약하고 이행할 수 없는 합의가 나온다면, 이는 현상유지로 이어질 것이고 북한이 이마저도 깨버리면 핵 프로그램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지명된 수전 손튼 현 차관보 대행 역시 과거와 같은 방식의 대화나 협상으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녹취: 손튼 지명자] “I myself worked on this problem back in the 90s and was involved in it in the 2000s the last two times we had negotiations on this program...”

손튼 지명자는 지난해 9월 뉴욕 외신기자 클럽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꽤 오랜 시간 씨름을 해왔다면서, 자신 스스로도 90년대와 2000년대 이 문제에 개입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북한은 과거에 서명한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며, 당시 미국이 추진해 온 방식으로는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킬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