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북한 평양의 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화면에서 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3일 북한 평양의 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화면에서 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올 한해 북한을 둘러싼 정치와 군사, 외교적 안보환경은 긴장과 위기 속에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6차 핵실험으로 위협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고, 미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국제사회에 완전히 다른 대북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VOA는 2017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여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지난 1년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실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월 3일 전격 감행된 북한의 6차 핵실험. 

[녹취: 조선중앙 TV]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핵 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

북한은 ICBM에 장착하는 수소탄 실험으로, 전자기파(EMP) 공격도 가능케 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평가 대신 “진전된 핵실험”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헤더 노어트 대변인] “I believe there’s a very specific term that we want to call it, and I think it’s an advanced nuclear test. I think that’s what we’re referring to it as the U.S. government.”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의 핵실험을 지칭하고자 하는 특정한 용어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들은 수소탄을 실험했다는 북한의 주장에는 회의적이었지만 비약적인 기술 진전이 이뤄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6차 핵실험 직후 ‘VOA’에 2~3년 전만 해도 북한이 2020년 전에는 이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Couple years ago I didn’t think they would achieve this capability until 2020…”

과거보다 6배 늘어난 100kt가량의 폭발력을 과시한 ‘증폭핵분열탄’이었으며 핵융합 물질이 사용됐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울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 역시 ‘VOA’에 북한은 수소폭탄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모두 생산할 수 있으며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When you now look at these items, uranium, and lithium, they are all within the technological reach of North Korea.”

북한의 수소탄 개발 역량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개발 상황을 볼 때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난 11월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 11월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2017년 한 해 동안 미사일 역량 면에서도 큰 진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올해 총 17차례에 걸쳐 2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은 총 3번이었습니다. 

5월엔 화성-12형을, 7월에 화성-14형, 그리고 11월에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는데, 눈에 띄게 늘어난 사거리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 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를 비롯한 로켓 전문가들은 화성-12형의 사거리를 4천500km, 화성-14형의 사거리를 6천700km, 가장 최근 발사된 화성-15형의 사거리를 1만3천km로 추산했습니다. 

북한에서 미국 수도인 워싱턴까지의 거리가 약 1만1천km임을 감안할 때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7월까지만 해도 북한의 ICBM 기술 확보 능력조차 의문이었지만 11월 들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본토 타격 능력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I believe that the Hwaseong-15 flight shows that they are capable of reaching not only the U.S. mainland, they are capable of reaching pretty much anywhere in the U.S. mainland.”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 등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의 비행 궤도 뿐 아니라 사진으로 공개된 미사일과 재진입체의 크기를 토대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보다 커졌고 새롭게 사용된 엔진 기술 등을 바탕으로 사거리를 늘렸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ICBM 완성 주장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는 유도제어 기술의 확보 여부를 눈여겨봐왔습니다.

하지만 화성-15형 발사 이후엔 북한이 이 역시 모두 갖췄거나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녹취: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 “Many people have expressed skepticism about this. But by studying China and other early nuclear weapons programs, this technology is a small challenge.”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중국 등 초창기 핵개발 사례를 봤을 때 북한 수준의 ICBM을 개발한 모든 나라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역시 개발했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 총사령관은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타격할 ICBM 역량은 갖췄지만 소형화된 핵무기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타브리디스 전 총사령관] “He now has the ability to reach any city in the United States, the other string is hardening and miniaturizing nuclear weapons…”

그러면서도 12~18개월 후에는 이런 기술을 모두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 북한 EMP 공격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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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일각의 공허한 주장으로 치부돼 왔던 북한의 EMP 공격 가능성이 실질적 위협으로 부각된 것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수소탄을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고,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을 비롯해 미 전현직 당국자들이 본격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EMP 공격이 물리적 핵타격 보다 훨씬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성공률도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울시 전 CIA 국장] “If you can take out a country’s entire electric grid, you can do awful lot more than just one bomb detonates somewhere.”

한 국가의 전력망 전체를 마비시키는 것은 일정 지역에 폭탄을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위성에 탑재된 핵무기를 터뜨리는 게 발사체를 통해 지구 먼 곳에 있는 목표지점에서 폭파시키는 것보다 믿을만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일부 미 언론은 EMP 공격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붕괴와 질병 등으로 미국인 90%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핵물리학 전문가들은 여전히 EMP 공격의 파장은 물론 성사 여부조차 증명할 수 없다는 회의적 진단을 내렸습니다. 

전자기파와 핵물리학 전문가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명예교수는 EMP 공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접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웨이드 앨리슨 교수] “I can see the questions but I have seen no estimates on how big the impact is.” 

하지만 EMP에 대한 위협은 계속해 부각되고 있으며 미 행정부와 의회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미 의회는 이번에 합의한 2018~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EMP 공격에 대비할 위원회를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EMP 위협에 회의적이었던 의회가 위원회 부활을 결정한 건 북한의 EMP 위협이 높아진 시점과 맞물립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18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표한 2015년 때와 달리 전자기파 공격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과 전직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이른바 ‘핵무력 완성’을 위한 남은 과제로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역량 강화를 꼽았습니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 총사령관은 북한의 다음 움직임은 바다 위 상공에서 수소폭탄을 폭파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