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항 인근을 찍은 위성사진. 컨테이너와 석탄 등을 실은 선박 여러 대가 항해를 하고 있다. 구글어스.
남포항 인근을 찍은 위성사진. 컨테이너와 석탄 등을 실은 선박 여러 대가 항해를 하고 있다. 구글어스.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북한 선박들이 위치식별장치를 끄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공해상에서 포착된 북한 선박들의 빈번한 불법 운항 때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들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정황을 포착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비롯해 AIS를 기반으로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들을 살펴 보면 중국과 러시아를 출발한 북한 선박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영해에 접어들면서 곧바로 지도에서 사라집니다. 

반대로 북한을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은 중국과 러시아 근해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물론 AIS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바다를 항해할 경우 선박의 위치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선박들은 주변 다른 선박들의 신호가 잡히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AIS는 선박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리는 장치로, 국제해사기구 (IMO)는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상시 켜둔 상태로 운항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선박들은 북한 영해와 공해상에서는 AIS를 끈 상태로 운항을 하다가 중국과 러시아 등 공인된 항구로의 입항을 앞두고 신호를 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보리는 북한 선박들이 AIS를 끄고 운항을 하는 데는 불법 활동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 발생한 청천강 호 사건입니다. 

당시 청천강 호는 쿠바에서 선적한 무기 등을 싣고 운항하다 파나마에서 억류됐는데, AIS를 끄고 운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미 재무부는 북한 유조선 례성강 호가 지난 10월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맞댄 상태에서 화물을 옮기는 모습을 포착해 해당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례성강 호의 AIS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시점은 지난 6월이었습니다. 

AIS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활발하게 운항을 하고 있는 모습이 미 정부에 포착된 겁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정황이 담긴 사진. 조선 금별무역회사가 소유한 ‘례성강’ 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법 운항과 관련해 일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입니다.

[녹취: 창 변호사] “The North Korean ships could have…”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들이 AIS를 끄고 있으며, 선박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이는 매우 나쁜 신호였다는 겁니다. 

또 비록 국제해사기구가 AIS를 상시 켜두는 것을 의무화했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라는 한계도 지적돼 왔습니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 ‘VOA’에 자신들은 제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각 유엔 회원국들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보리의 공식 문건, 특별히 대북제재 결의에 북한의 AIS 문제가 언급된 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지난 22일 채택된 결의 2397호는 북한 깃발을 달거나 북한이 운영하는 선박들이 안보리 제재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AIS 의무 조항을 무시하는데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IS를 끔으로써 운항 기록마저 감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AIS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안보리가 어떤 실질 조치로 북한 바닷길의 사각지대를 집중 단속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