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앞줄 왼쪽) 전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오른쪽)씨가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는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삼성 등 대기업에서 59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앞줄 왼쪽) 전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오른쪽)씨가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는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

한국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서울통신', 도성민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한국의 큰 소식은 우연히 두 전직 대통령이 주인공이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늘부터 재판이 시작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늘이 추도식이었군요?

기자) 오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오후에는 경남 진해 봉하마을에 한국 사회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재판과 추도식, 양쪽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소식은 아닙니다만 한 쪽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다른 한 쪽은 무거웠지만 그래도 박수소리를 낼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하루 반나절 사이에 두 전직 대통령의 엇갈린 운명을 보게 된 이례적 분위기, 오늘 한국 사회의 진솔한 모습이었습니다.  

23일 문재인(왼쪽) 대통령 내외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박근혜(가운데)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첫 재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서울·김해 사진공동...
23일 문재인(왼쪽) 대통령 내외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박근혜(가운데)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첫 재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서울·김해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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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소식부터 들어보지요. 구치소 수감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 됐군요.

기자) 구치소에 수감 된지 53일만의 외출이 본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피고인 신분의 법원 출석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위한 경호차량이 아니라 호송차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했구요. 수인번호 배지를 단 사복차림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단정했던 대통령 시절의 특유의 올림머리는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를 머리모양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법원 대기실로 향하는 뒷 모습부터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모습이 언론 카메라를 통해 전달됐습니다.

진행자) 재판정 안의 모습이 늘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재판부가 언론카메라의 법정 촬영을 특별히 허가했습니다. 국가적인 중대한 사안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재판인 만큼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피고인들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40년지기 최순실씨, 그리고 뇌물공여혐의로 기소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4분 정도의 상황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겨 TV로 전달됐습니다. 

진행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서 보게 되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네요. 

기자) 내란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노태우ㆍ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3번째입니다. 바로 오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세 전직 대통령이 모두 피고인 신분으로 서게 됐습니다. 재판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으로 시작됐고,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를 설명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 그리고 앞으로의 재판 일정을 조율하는 순으로 3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오늘 재판은 재판관계자들과 사전에 추첨으로 방청권을 받은 일반인 6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재판 내용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신분을 묻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무직’이라고 답했습니다. 일반국민이 배심원으로 자리하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물었는데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529억원대의 뇌물혐의 등 18가지 혐의를 설명했고,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하지 않는 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된 자신이 죄인이라면서도 검찰의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재판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군요.

기자) 두 피고인의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겠다는 재판부의 제안에 양측 피고인 모두 사건 분리를 요청했지만 오늘 사건 병합이 결정됐습니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예단이나 편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심리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선을 그었는데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되어 있는 만큼 10월 중순 이전 1심 선고를 위해 법원의 재판 신청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에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2~3번, 불가피할 때는 4번까지도 재판을 열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태극기를 든 150여명 지지자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무죄와 석방을 주장하는 시위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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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서울통신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 소식을 살펴보겠습니다. 8주기 추도식이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상남도 진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8주기 추도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풍선, 노란 모자, 노란색 현수막이 가득한 역대 최대규모의 추도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유가족과 지지자, 시민 등 3만여 명에 가까운 인파가 추도식에 함께 했고,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한 특별한 뜻이 담기게 된 8주기 추도식이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노무현정부(참여정부)’를 잇고 있다고 평가 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하는 추도식은 남다른 의미가 있겠네요.

문재인(가운데 뒷모습)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역대 최대 3만여명 추모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해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가운데 뒷모습)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역대 최대 3만여명 추모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해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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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사이었고, 함께 인권변호사 노동문제 전문 변호사를 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의 각별한 사이었는데요. 선거운동을 하면서 대통령이 되어 다시 봉하마을을 찾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키게 된 특별한 추모식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노 전 대통령의 추모식이 과거에도 TV에 생중계 됐던 적이 있었습니까?

기자) 뉴스 전문 채널을 통해 전달됐던 적은 있었습니다만 오늘처럼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 뿐 아니라 다른 전직 대통령의 추도식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관련 내용을 TV뉴스나 신문기사를 통해 전해 듣는 경우가 보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오늘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은 정권이 교체됐다는 ‘신고식’이라고 표현될 만큼, 엄숙과 슬픔, 안타까운 분위기로 점철됐던 과거 추도식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진행자) 눈물과 함께 환호도 있고 박수도 오갔던 추도식이었다구요?

기자) 고인에 대한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분위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일에 거행된 추도식임에도 불구하고 3만여명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운집했다는 것은 참석한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였음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을 모두 성찰해 성공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 임기 동안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가슴에만 고인을 간직하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서울통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성민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