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최근 정착한 탈북민들이 19대 대통령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 거주지 투표소를 찾았지만,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에 최근 정착한 탈북민들이 19대 대통령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 거주지 투표소를 찾았지만,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 내 탈북민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최근 수료한 많은 탈북민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투표에 나섰던 탈북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디오
[한국대선 르포] 새내기 탈북민들, 투표소 찾았지만 투표 못해

 

 

 

지난달 26일 하나원 228기로 한국사회에 나온 50대 탈북민 주광숙(가명) 씨.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설레임에 9일 일찍 투표장으로 향합니다.

[녹취: 주광숙 씨] “어떻게 선거를 안 참가할 수 있는가? 이제는 대한민국에 와서 이 나라 국민이 됐으면 참가해야겠구나 고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자유로운 투표 기회를 전혀 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주광숙 씨] “새벽에 일찍 가서 일찍 끝내고 몇 시까지 끝내라는 규정이 또 있더라고. 우리는 반대투표란 거 없습니다. 선거에 안 참가하면 완전히 간첩이라 하고 반동이라 하고. 정치적으로 걸고 들어서기 때문에 무서워서라도 다 해야 합니다.”

하나원에 석 달 동안 머물며 자신들을 대표하는 총무를 이미 선출한 경험도 있어 한 표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녹취: 주광숙 씨] “하나원에서 투표를 해 보니까 고저 한 사람이 투표를 해서리 또 당선이 되고 한 점수가 모자라 떨어지고 하니 내 한 사람이 투표를 해주면 그만큼 점수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 씨는 한국사회에 나온 지 이제 열흘 정도 밖에 안됐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광숙 씨] “이 사회를 공평한 사회, 뇌물을 바쳐야 직업을 따는 사회로 만들지 않고, 어쨌든 좋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 저 사람이 되면 우리 아이나 조카들도 직업 때문에 많이 고심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의미에서 이 사람에게 투표하고픈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는 주 씨를 돕기 위해 달려온 한 탈북민 목사는 투표가 바로 “특권”이라며 주 씨를 격려합니다.

[녹취: 탈북민 목사] “그 때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여기 와서는 우리에게 그런 권리가 주어졌고 우리가 투표함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 심지어 나에게도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잖아요. 이 것은 기회이고 특권입니다. 이 게 민주주의의 특징이고 그러니까 이게 좋은 것이고 옳은 겁니다.”

주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주광숙 씨) “내가 4월 11일까지 여기서 등록을 했어야 했답니다.” 

(투표소 관계자) “여기 전 주소지가 어디셨어요?” 

(주씨 가족) “우리 탈북민이에요” 

(투표소 관계자)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11일 선거인명부 작성을 끝냈기 때문에 26일 사회로 나온 주 씨는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투표권은 있지만 주민등록증에 적힌 알지도 못하는 먼 주소지로 가야 투표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원 관계자는 ‘VOA’에 탈북민들이 하나원 수료 직전인 지난 24일 선관위 지역관계자를 초청해 대선 일정과 투표 방법을 자세히 교육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입신고 지역 내 선거인명부에 탈북민 이름이 들어갈 여유가 없기 때문에 거주지에 관계없이 투표가 가능한 사전투표를 할 것을 관계자가 탈북민들에게 여러 차례 권고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 씨는 사전투표가 무엇인지 교육을 받았지만 투표일인 9일에 투표할 수 없다거나, 반드시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주 씨는 하나원 동기 여러 명도 전화로 확인한 결과 투표를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에 갓 나온 탈북민들을 설레이게 했던 첫 투표는 결국 정부 관계기관들의 매끄럽지 못한 조율과 탈북민들에게 너무도 낯선 선거제도 때문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녹취] (기자) “좀 당황스러우시겠습니다.”

(주광숙 씨) “아닙니다. (한숨…말을 잇지 못함)"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