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인근 남중국해에서 기동하다 호주로 가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
싱가포르 인근 남중국해에서 기동하다 호주로 가던 항로를 바꿔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북 선제타격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선제타격이란 말 그대로 먼저 적을 공격해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한다는 것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먼저 공격해 파괴한다는 ‘선제타격론’이 나온 1차적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직후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북 핵 해결을 위해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부터 김정은 정권교체, 그리고 핵 보유국 지위 인정까지 모든 선택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4월 15일 태양절을 기해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 언론은 선제타격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미국의 `NBC' 방송은 지난 13일 미국의 고위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구축함 2대를 배치해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확실시될 경우 선제공격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4월17일 미 국무부가 ‘최대 압박과 개입’으로 명명된 새로운 대북정책이 확정됐다고 밝혔지만 새 정책에 군사적 대응 방안이 포함돼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인 25일 미 국무부는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전화브리핑에서 “미국이 고려하는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지만 희망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군사적 옵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What we're looking to do is apply pressure that isolates the North Korean -- the regime in North Korea, in Pyongyang. And those pressure points are well known. They're diplomatic. They're economic. And we certainly hope not, but if necessary, military option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대북 선제타격론의 또 다른 근거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미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 호의 한반도 이동에 대한 질문에, “아무도 모른다”며, “군사적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 이라크 모술을 폭격할 당시 넉 달 동안 공습을 예고했던 사실을 비판했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그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져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군사 행동에 나설 때 미리 예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어 백악관 관리들은 대북 군사적 대응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의 고위 관리들은 13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가진 전화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은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창의장, 그리고 전체 국가안보위원들과 군사적 옵션을 놓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과 그 지역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며, 특별히 북한의 공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 문제를 놓고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와 논의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군사 옵션에 대한 평가를 이미 하고 있고, 주한미군사령관인 브룩스 장군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반도를 담당하고 있는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26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방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해리스 사령관] “I’ll just say we have a lot of preemptive options, but I couldn’t begin to..”

해리스 사령관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방안도 많이 있다”며 “미국은 선제공격에서 북한의 군사적 셈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관영매체가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을 용인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는 겁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2일 사설에서“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을 감행해 미국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할 경우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우호조약’에서 어느 한쪽이 침략을 받을 경우 자동개입 한다는 조항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상당히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전문가들은 선제타격을 세분화시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제타격은 자위적 차원의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과 ‘예방적 공격(preventive strike)’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언론은 이를 뭉뚱그려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합니다. 이는 동맹국 방어를 명시하고 있는 미-한 방위조약은 물론 유엔도 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태평양 공해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추가 핵실험을 하려 할 경우 이에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위협의 임박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트로이 대학의 대니얼 핑크스톤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핑크스톤] ” “Unprovoked US unilateral military attack to North Korea will be absolutely disaster…”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선제공격이 검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 핵 문제가 시작된 1993년 3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데 이어 이듬해 5월 핵연료봉을 무단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선제타격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해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는 등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당시 영변 폭격을 중단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영변을 폭격할 경우 북한이 휴전선에 배치된 장사정포로 서울을 공격할 것이고 그 경우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와 제2의 한국전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이 핵폭탄을 어디에 숨겨놨는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설사 미국이 영변을 폭격해 핵 시설을 파괴한다 해도 핵무기는 그대로 남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