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를 통해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오리온 스타' 호. 몽골 선적으로,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마린 트래픽' 웹사이트에는 지난 5월 14일 북한 청진에서 라선까지 운항한 것으로 표시돼있다. '마린 트래픽' 선박...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를 통해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오리온 스타' 호. (자료사진)

북한 선박들이 허위 선적서류를 해외 항구들에 제시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북한에 등록됐던 자국 선박이, 깃발을 바꿔 달았다고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허위서류를 지닌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은 ‘돌핀 26’ 호와 ‘지근 6’ 호, ‘제시카’ 호입니다. 

이들 선박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중국의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 관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이들의 선적을 남태평양 나라 ‘피지’로 기록했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는 이들 선박들이 최근까지 중국 항구들과 북한 남포 항만을 왕복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선박이지만 선박을 제 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 방식으로, 피지 깃발을 달고 운영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지 당국은 이들 선박에 대한 등록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피지의 선박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피지 해사안전국 존 빈센트 투니도 총책임자는 24일 ‘VOA’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돌핀 26’ 호 등이 “단 한 차례도 피지에 등록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아태 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이들 선박의 국제해사기구번호(IMO)가 피지로 등록돼 있는 점을 지적했지만, 피지 당국은 거듭 등록 기록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항만국통제위원회에 이런 사실을 통보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항만국통제위원회는 통상 무작위로 선박을 골라 안전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때 검사를 받는 선박들은 선적을 취득한 나라로부터 발급받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들 3척은 ‘피지’ 서류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피지가 등록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북한 선박들이 허위서류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몽골과 파나마로부터 등록이 취소된 북한 선박 4척 등이 피지로 깃발을 바꿔 달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투니도 총책임자는 이와 관련해서도 “(보고서에) 언급된 어떤 선박도 피지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지난달 ‘VOA’에 밝혔었습니다. 

의심스런 정황은 탄자니아 선적의 북한 선박들에서도 감지됩니다. ‘VOA’가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4개월 사이 중국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탄자니아 선적의 북한 연계 선박은 적어도 6척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탄자니아 잔지바르 해사국(ZMA)의 압둘라 후세인 콤보 국장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탄자니아 깃발을 달고 있는 북한 선박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콤보 국장] “I have already deleted 64 ships…”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맞춰 이미 지난해에만 64척의 북한 선박에 대한 등록을 취소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이 최근까지 탄자니아 선적을 달았던 사실로 볼 때, 잔지바르 해사국이 이들 선박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이들 선박들이 가짜 탄자니아 선적 서류를 보유했다는 가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콤보 국장은 ‘VOA’에, 위조된 탄자니아 선적 서류를 보유한 2척의 선박이 이란과 또 다른 중동국가에서 적발돼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콤보 국장은 이들 선박들이 북한과 연계된 증거는 없다고 말했지만, 위조된 선적 서류를 지닌 선박들이 해외 항구를 돌아다니고 있는 사실이 콤보 국장을 통해 확인됐었습니다. 

콤보 국장은 문제의 선박 6척이 여전히 탄자니아 선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일이라도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북한 선적을 달았던 자국 선박이 다른 나라로 선적을 옮겼다고 확인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달 2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안보리 결의 2321호에 따른 이행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인 술라이먼 알-자브리 트레이딩이 운영하던 ‘이만’ 호가 마이크로네시아 깃발을 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4월 이 선박이 북한 선적으로 중동 일대를 운항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동의 일부 선박 회사들은 세금 등을 아낄 목적으로 북한에 선박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북한 역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이 같은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채택한 대북 결의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북한 선박의 유엔 회원국 등록을 막고 있으며, 유엔 회원국 선박이 북한에 등록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