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북한 원산에 '200일 전투' 속도전 관련 구호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6월 북한 원산에 '200일 전투' 속도전 관련 구호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최근 황해남도 광산에서 사고가 발생해 광부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생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소식을 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북한 광산의 실태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관영언론이 황해남도 광산에서 광부 6명이 작업 중 사고로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그들은 오늘도 만리마 대진군 대오에 함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올 1월 사망한 황해남도 은률(은율)광산 광부 6명을 추모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은률광산 기사장 안윤석 등 광부 7명은 지난 1월 9일 막장에서 작업 중 갱도 벽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안윤석을 비롯한 3명은 무너진 갱 안에서 버티다 이 중 1명만 열흘 만에 구조됐다고 신문은 밝혔습니다. 사고 당시 다른 채광장에 있던 4명은 모두 희생됐습니다.

신문은 이 사고를 ‘불의의 자연재해’로 표현하면서, 사망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충성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번에 희생된 광부 6명이 속도전에 내몰렸다가 희생됐을 공산이 크다고 말합니다. 기사 내용에 광부들이 “신년사 과업 관철을 위해 1월 전투의 중요성에 대하여 불 같은 맹세를 다졌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광부들이 만리마 속도전에 투입됐다가 희생됐다는 얘기라는 겁니다. 

양강도 혜산에 살다가 지난 2007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최명철 씨입니다.

[녹취: 최명철] ”200일 전투라고 해서 목표가 정해지면 그걸 하기 위해 안전 조치도 안하고 막 하니까, 사고 날 확률이 100%죠.”

실제로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지난해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벌인데 이어 최근에는 ’만리마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만리마 속도 창조의 불길 높이, 사회주의 완전승리 위해 총공격 앞으로..”

평양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으로 망명한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언론이 보도를 안 해서 그렇지 광산을 비롯한 공사장에서는 자주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광진] "사고가 계속 나고 있습니다. 금강산 발전소, 남포고속도로, 최근 백두산 영웅 청년발전소 건설 이런 데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죠.”

과거 함경남도 라흥광산에서 근무하다 2009년 탈북한 최현준 씨는 북한 광산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발목(갱목) 부족이라고 말합니다. 막장에서 석탄이나 철광석을 캐려면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동발목을 세워놔야 하는데 그냥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다는 겁니다.

[녹취: 최현준] 동발목을 세워도, 3개를 세워야 한다면 2개를 세우고 하나를 팔아먹는 것이 현실이에요”

가스 폭발도 자주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한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탄광 가스폭발을 막기 위해 갱도에 가스 측정장비를 설치해 사고를 미리 막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런 장비가 아예 없는 실정이라고 최현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최현준] "그냥 냄새 맡고 알고, 감으로 경험으로 알고 그런 거지, 그런 장비가 어디 있어요, 있긴 있겠지만 그런 장비를 본 적이 없어요.”

최현준 씨는 북한 광산의 작업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에서는 광부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기계로 탄을 캐지만 북한에서는 호미와 삼태기가 고작이라는 겁니다.

[녹취: 최현준] "우리한테 차려지는 것은 호미하고 삼태기 밖에 없어요. 옛날에 옥수수나 콩을 바람에 날려보내는 삼태기 밖에 없어요, 광산에서 일하는데, 개미가 땅을 긁듯이 호미로 앉아서 긁는 게 광산에서 최고의 일이에요.”

북한 광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이 광산에 배치된다는 겁니다.북한 당국은 전체 주민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등 출신성분 별로 분류해 놨는데, 최하층인 적대계층은 광산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다시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 "북한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직종이 광산, 탄광인데, 거기에는 가장 성분이 나쁘거나 가정 배경이 나뿐 사람들을 골라 보내죠.”

북한 내 관리소와 교화소가 자체적으로 광산을 운영하며 수감자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광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로 북한의 외화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광산에서 일하던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금, 은, 석탄, 철광석, 구리, 중석 등 5조7천억 달러 상당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고, 주요 광산만 7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