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이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이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주 아시아 순방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 등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접근법과의 단절보다는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주 아시아 순방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 외교, 안보, 경제적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군사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그런 표현이 새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책 재검토를 시작할 때 어떤 옵션도 제외하지 않는 건 모든 행정부가 마찬가지라며, 이후 어떤 접근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가려내는 수순을 밟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 역시 당적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고려했던 옵션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전직 관리들은 다만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와 차별화된 접근을 할 변수는 남아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을 타격하려는 순간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틸러슨 장관 발언의 의미라면 전임 정부들의 기준과 다를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 개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사대에 장착된 북한 미사일을 타격하겠다는 뜻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전략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7일 북한이 한국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거나 미국의 행동이 필요한 수준까지 무기 프로그램 위협을 높일 경우 군사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발언이 선제타격을 위협한 것이라면 매우 놀랄 것이라면서도, 그런 옵션이 심각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진전돼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이 현실화될 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어떤 행정부라도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서 유일하게 새로운 점은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

미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을 지낸 벡톨 교수는 전략적 인내는 워싱턴의 보수, 진보 세력 모두에게 문제를 뒤로 미루도록 하는 나쁜 접근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을 종식시킨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정보, 외교, 군사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는데 보다 능동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여전히 전략적 인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틸러슨 장관이 대북정책을 명확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현 시점에선 대북 관여 대신 압박과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인내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동결’ 협상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점은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라진 기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북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동결 협상 방식은 이란과 달리 비밀 핵 시설 운영 의혹을 받는 북한과의 협상엔 적용될 수 없다면서, 틸러슨 장관이 이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올브라이트 소장은 각국 정부와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에 핵무기로 전용될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는 또 하나의 비밀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다고 믿는다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 시설이 가동된다면 이를 어떻게 동결로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순방 중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발언이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이에 대한 미국 ‘폭스 뉴스’ 기자의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를 중국을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 실장]

중국이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미국의 비확산정책 철회로 한국, 일본의 핵 무장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그러나 미국 정부나 국무장관이 동맹국의 핵 무장 가능성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한국과 일본에 핵 무장에 대한 청신호를 보내는 것이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아니라면 그런 얘길 해선 안되며, 단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라 해도 미국이나 국무장관이 허세를 부려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리스 전 실장은 이런 ‘불확실성’ 역시 미국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국이 핵확산 금지 원칙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굳이 천명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경각심과 대북 제어 조치를 유도하려는 접근법이 통한다면 유용한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북한 고위 관리 출신 A씨도 ‘VOA’에 북한 대외정책의 강점은 정교함에 있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북한을 다루기 위해선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식 접근법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순방 이후에도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 정책과의 급격한 단절 대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사례처럼 ‘연속성’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벡톨 교수는 미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중동 국가들의 은행과 기업들을 추적해야 한다면서, 정부 내 한반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즉시 능동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다양한 방식의 제재 강화가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면서도, 어느 시점에 북한과 협상 재개에 대한 탐색적 대화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