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이 지난 2001년 5월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추방됐다. 김정남은 당시 중국 베이징 공항을 출발해 일본에 도착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지난 2001년 5월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추방됐다. 김정남은 당시 중국 베이징 공항을 출발해 일본에 도착했다.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은 북한 후계자에서 밀린 뒤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았습니다. 특히 이복동생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평양의 분노를 사기도 했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김 씨를 독살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971년생으로 올해 45살인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본처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장남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입니다.

김정남은 북한 수뇌부가 강조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장손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후계자 1순위로 꼽혔습니다.

김정남의 어린시절 보호자 역할을 하다 탈북한 이종사촌 이한영 씨의 회고록을 보면, 김정남은 이런 혈통 배경 때문에 어려서부터 왕자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자랐습니다.

수 백 평에 달하는 오락시설과 생일 때면 관리들이 바치는 고가의 선물이 집 안에 넘쳤다고 이 씨는 책에서 증언했습니다.

이런 총애를 받고 자라 성격이 제멋대로였고 유흥과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는 게 이 씨와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하지만 스위스 유학을 하면서 자본주의에 눈을 뜬 뒤 북한도 변해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조언하다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 기자로는 이례적으로 김정남과 개인적으로 소통하고, 5년 전 김정남에 관한 책까지 펴낸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입니다.

[녹취: 고미 기자] “그 분이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가 유학을 마치고 평양에 들어왔습니다. 그 분이 북한경제를 자본주의를 이용해서 발전시켜야 된다는 그런 조언을 아버지에게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한테 경계심을 가지고 두 사람 사이에 많은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마찰 때문에 상당히 김정남 씨가 후계자가 되지 못하고 지금 외국에서 생활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나리타공항 밀입국 미수 사건이 김정남이 후계자에서 밀려난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김정남은 지난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2명의 여성과 아들을 데리고 일본 디즈니랜드 관람을 위해 입국하려다 체포돼 강제추방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후 평양 권력층에서 멀어져 중국과 마카오에서 생활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자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3대 세습과 독재체제를 강하게 비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2011년 고미 요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 어린애의 표정에서 북한처럼 복잡한 나라의 후계자가 된 인간의 사명감과 진중함,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는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북한 수뇌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붕괴됐다”며 특히 전국에 만연된 부정부패 현상은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을 연상시킨다”, “북한 정권의 철권통치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해 김정권 정권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검찰은 지난 2012년 탈북민으로 위장해 입국한 북한 공작원 김모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김 씨가 2010년 김정남을 중국에서 위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었습니다. 김 씨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김정남을 살해하려 택시기사까지 매수했지만 그가 중국에 입국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김정남을 누가 살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독살했을 가능성이 99%라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싹을 아예 잘라 버리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혹은 수뇌부의 충성경쟁에서 김정남이 희생양이 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영국의 ‘BBC’ 방송 등 외신들 역시 북한 정권은 과거 해외에서 암살과 테러, 납치 행위를 했다며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정남에 관한 책을 펴냈던 고미 요지 기자는 14일 ‘VOA’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독살 지시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미 기자] “김 일가의 제일 장남이니까 북한에서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었겠는가? 또 김정은 정권이 집권 5년차에 들어서면서 더 자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런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여러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고미 기자는 2012년 이후 김정남이 다시는 북한 정권에 도발적인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평양과 관계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번 피살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14일 현재 김정남 피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