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의 평양326전선공장 벽에 선동 구호가 걸려있다.
지난달 10일 북한의 평양326전선공장 벽에 선동 구호가 걸려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자력자강 중심의 경제발전을 강조한 데 따라, 관영 매체들은 이의 관철을 독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당·국가·경제 부문 종사자들의 관련 회의도 열렸다.

북한의 소비와 투자 부문에서 비공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로, 옛 소련 국가들보다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지영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북한 이중경제 사회계정행렬 추정을 통한 비공식 부문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는데요.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최지영 부연구위원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박사님께서는 지난해 말 북한경제에서 비공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셨는데요. 먼저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최 부연구위원) “이 연구는 이원화된 북한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중경제 사회계정행렬을 추정한 연구입니다. 사회계정행렬(social accounting matrix)은 산업 간 거래를 나타낸 산업연관표를 확장하여 경제주체 간 이전거래, 즉 저축이나 세금, 가계보조와 같은 요소들을 추가한 것입니다. 사회계정행렬을 이용하면 공식 부문과 비공식 부문 간 이전거래나 정부의 가계에 대한 보조, 가계저축 등을 표현할 수 있어서 최근 북한경제의 구조 변화를 반영하기에 적합합니다. 이번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을 시도했는데요. 첫 번째는 북한경제 내에서 비공식 부문의 비중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인데 추정 결과 소득 분배의 측면에서 비공식 부문의 비중은 18.5%, 지출 측면에서 비공식 부문의 비중은 28.5%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는 비공식 부문 확대가 북한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산유발 효과의 측면에서 분석했는데요. 최근 북한 내 비공식 부문에서 형성된 가계저축이 비공식 부문 내 투자 지출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적으로는 비공식 부문 확대를 통한 파급효과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자) 이번 결과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설문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최 부연구위원) “북한에 대한 경제 통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북한 관련 연구들이 그렇듯이 북한의 비공식 경제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설문의 경우 탈북자들의 탈북 연도의 차이, 지역적 차이, 소득 차이 등에 편차가 크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 설문으로 북한 내 비공식 부문에 대한 비중을 조사한 경우 이는 가계지출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간소비 영역에서의 비공식 부문 비중으로 해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경제 전체의 비공식 부문에 대한 비중으로 해석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해석할 경우 북한 내 비공식 경제 비중은 통상 60~70%로 매우 높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따를 경우 북한 내 비공식 경제 비중을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북한경제를 지출 측면에서 민간 소비 지출, 투자 지출, 정부소비지출, 수출로 구분하고 민간 소비 지출과 투자 지출 일부를 비공식 부문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 비공식 부문의 비중은 30% 이하로 도출되었습니다. 북한경제 내에서 민간 소비 지출 가운데 시장 지출이 절반 정도 되더라도 이를 경제 전체에 대한 비중으로 본다면 30% 이하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자) 소득분배 기준보다 지출 기준에서 비공식 부문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 부연구위원) “소득분배 측면에서 비공식 부문은 사적 소유에 기반한 경제 단위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경우 사유화가 전 산업 부문으로 확대되어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국유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 활동까지 포함하여 4개 산업에서 비공식 부문 소득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렇게 가정할 경우 소득분배 기준에서 비공식 부문 비중은 18.5%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가계는 국유단위에서 소득을 얻더라도 국유단위의 공급 부족으로 인하여 소득의 일부를 시장을 통해 지출합니다. 이러한 이전 거래 때문에 지출 측면의 비공식 부문 비중이 28.5%로 더 높게 도출되었습니다.”

기자) 북한의 비공식 부문의 경우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어떻습니까?

최 부연구위원) “기존 연구 가운데, 옛 소련의 각 공화국별 비공식 경제의 비중을 지출 측면에서 추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경우 각 공화국별로 비공식 경제의 비중이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러시아 공화국 같은 경우는 10% 안팎으로 낮게, 조지아와 같은 국가들은 2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경우 28.5%로 옛 소련 국가들의 경우보다 비공식 부문이 상당히 확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비공식 부문이 북한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고 하셨는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최 부연구위원) “최근 북한의 가계가 비공식 부문에서 형성한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고, 사금융 시장이 이를 투자 지출로 매개하고 있다는 선행연구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가계가 비공식 부문 소득의 10%를 저축한다고 가정하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질 경우의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투자 지출은 소비 지출에 비해 경제 전체에 대한 생산 유발효과가 높습니다. 따라서 투자 지출 위주로 비공식 부문이 확대될 경우 민간 소비 지출 위주로 비공식 부문이 확대되는 것보다 북한경제 전체에 대한 파급효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이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최 부연구위원) “이러한 결과는 북한경제의 이원화가 최근 들어 북한경제 전체에 대한 파급효과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어떻게 보면 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경제의 이원화는 2002년 7.1 조치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는데 초기의 변화는 산업별로는 농림어업, 경공업, 기타 서비스업 중심으로, 최종 수요의 성격 측면으로는 민간 소비 지출 중심으로 이원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는 북한경제의 파급효과를 오히려 낮추는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공식 부문의 가계소비는 위의 세 가지 산업 이외에도 다른 부문의 소비를 증가시키지만 비공식 부문의 소비는 특히 제조업이 아닌 1차 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북한경제의 이원화는 건설업과 같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는 한편 최종수요 측면에서 투자 지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간소비보다 투자 지출이 경제 전체에 대한 생산유발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계가 비공식 부문의 소비를 줄이고 이를 투자하는 것은 경제 전체에 대한 파급효과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비공식 부문의 확대가 북한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 부연구위원) “비공식 부문의 확대가 북한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려면, 가계저축이 투자 지출로 잘 전환되도록 제도적 요건이 구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북한 주민들의 북한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사금융 시장이 가계저축과 투자를 매개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해외자본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북한 내부로부터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현재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비공식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최 부연구위원) “대북제재는 주로 북한의 대중 수출 규모를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북-중 무역의 경우 북한이 대중 수출로 획득한 외화를 바탕으로 대중 수입을 확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중 수출이 급감하면 외화 수급 여건이 악화되어 대중 수입이 감소되고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중국산 소비재 수입이 감소할 경우 이는 또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이루어진 대북제재가 북한경제를 위축시켰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습니다. 북-중 무역은 2015년에 비해 대중 수출과 대중 수입 모두 증가했고 물가와 환율도 안정적인 추세입니다.”

기자) 그동안 북한경제의 비공식 부문에 대한 연구가 한국 내에서 많이 이뤄져 왔지만, 그 비중을 추정하고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최 부연구위원) “먼저 이중경제 사회계정행렬은 주로 중국, 인도, 남미와 같이 비공식 부문이 확대된 개도국 분석에 자주 사용되어 왔습니다. 북한경제에 대한 연구의 경우 사회계정행렬을 작성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원화된 사회계정행렬을 작성한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통상 북한의 비공식 부문에 대한 연구는 탈북자 설문조사 결과를 해석하거나 심층면접을 재구성하는 정성적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가용한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도 비교적 강한 가정을 도입하는 등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용 가능한 통계를 최대한 동원하여 북한의 이원화된 경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자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의 기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박사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최지영 부연구위원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대담에 서울의 김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