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태국 치앙라이 지방 경찰청에서 한 탈북 여성이 제3국 입국을 위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7년 태국 치앙라이 지방 경찰청에서 한 탈북 여성이 제3국 입국을 위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10여 년 간 중국과 러시아를 떠돌며 갖은 고생을 겪다 마침내 미국에 도착한 탈북 남성의 사연이 미국의 외교전문지에 소개됐습니다. 이 매체는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불법체류자 송환 협정을 체결해 러시아 내 탈북자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두 차례 탈북과 강제 북송, 중국과 러시아에서 10여 년 간 불법체류 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해 말 미국에 도착한 탈북자 김모 씨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이 잡지에 따르면 김 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고아가 됐고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중국에서 8년 간 일하며 숨어 지내던 중 러시아로 가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중-러 국경을 넘으려 했지만 붙잡혔고, 북한으로 송환돼 노동수용소에 보내졌습니다.

수용소에서 30명의 수감자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 김 씨는 얼어붙은 강을 건너 다시 중국으로 넘어갔고, 중국에서 건설 일을 하며 지내다 2013년 블라고베셴스크 부근의 아무르 강을 건너 러시아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에서 러시아 국경순찰대원에게 잡혀 4개월 동안 구치소에 감금됐고, 재판에 넘겨져 미화 165달러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면제됐습니다.

재판정 바깥에서 북한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러시아 인권단체 ‘시빅 어시스턴스’ 변호사가 김 씨를 빼돌려 모스크바로 이동시켰습니다.

김 씨는 모스크바의 한식당에서 일하며 러시아 당국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북한으로 돌아가면 총살 당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4차례 거부됐다가 2016년 5월 마침내 1년짜리 임시난민 허가를 받았습니다.

김 씨를 도와 온 ‘시빅 어시스턴스’는 서방국가들에 그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하다, 국제이주기구 IOM의 도움으로 미국행 주선에 성공했습니다.

3년 간 러시아에서 북송의 두려움 속에 지내던 김 씨는 마침내 지난해 말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김 씨는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보다 눈물을 터트렸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자신이 미국에 망명하지 못하게 될 까봐 두려움을 느낀 것입니다.

김 씨는 이 잡지에, 자신이 여전히 북한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언젠가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미국행을 도운 ‘시빅 어시스턴스’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에 불법적으로 숨어 지내는 탈북자가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04년에서 2014년 사이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한 북한인 211명 중 2명만 망명이 승인됐고, 1년짜리 임시망명을 신청한 170명 중에는 90명이 승인됐습니다.

‘시빅 어시스턴스’는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범죄인과 불법입국자, 불법체류자 송환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앞으로 김 씨와 같은 탈북자가 러시아에서 서방국가로 망명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망명 허가가 나기 전에 북한으로 송환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시빅 어시스턴스’의 스테블라나 간누슈키나 회장은 “북한과 맺은 러시아의 모든 조약은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러 온 이들에 대한 범죄”라며 “옛 소련 시절처럼 러시아가 사람들을 고문과 죽음의 상황으로 넘겨주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