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1일 공개한 사진.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며 지난 7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두 달 가까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 행위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불확실한 대북정책과 한국 내 정치 상황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역량 강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적 계산으로 이를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북한은 3월부터 10월 사이 총 14일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24발을 공해상을 향해 쏘아 올렸습니다.

날짜로 따지면 224일 동안 평균 16일에 한 번 꼴로 탄도미사일을 통한 도발을 감행한 겁니다.

그러나 마지막 발사일로부터 53일째가 되는 12일 현재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두 달 가까이 잠잠한 건 올해 들어 사실상 처음입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포함해 이전까지 북한이 가졌던 가장 긴 ‘도발 공백기’는 40일이었습니다. 실패로 결론이 난 지난 9월5일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15일 또 다른 미사일 발사 시도 사이였습니다.

이어 4월28일과 5월31일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이 간격인 33일, 그리고 3월18일과 4월15일 사이의 28일이 그 다음으로 긴 공백기였습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짧게는 5일에서 21일만에 도발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도발 공백이 50일이 넘은 현 시점은 이례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최순실 국정 개입 사건’으로 불거진 한국 내 정치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불명확한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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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지난 5일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도발을 멈춘 이유는 한국 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빅터 차 한국석좌] “And it’s our view that the only reason…”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빅터 차 석좌는 미국의 대선일인 11월8일을 기점으로 앞뒤로 26일 내에 북한이 도발을 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빅터 차 석좌는 지난달 미국의 대선이 있기 26일 전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 했다가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선거가 끝난 뒤 26일에 예상된 도발은 한국 내 정치 상황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빅터 차 석좌의 이런 예상은 과거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이나 의회 선거에 맞춰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해 온 전례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이 대선에 맞춘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북한에 대한 정책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은 만큼, 북한이 도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트럼프 신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보고 또 그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추가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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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은 지난달 미국의 전문가들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북 미 관계를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People ask will North Korea…”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사람들이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할지에 대해 묻고 있다며, “(도발은) 북한 정권의 본질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기념일을 맞아서인지 혹은 미국이나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추후 판단하겠지만, 도발에 대한 정확한 시기만 모를 뿐, 도발은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최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여온 양상은 도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 취임) 첫 6개월 내에 도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꼭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특정한 군사적 목표를 갖고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입니다.

[녹취: 힐 차관보] “This is not an effort to get our attention…”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이 군사적 시험 프로그램의 일환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관심을 끌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에 도발하거나 화를 돋우려는 게 아닌, 특별한 목적을 가진 군사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하면 북한이 곧바로 또 다른 시험을 실시하고, 핵실험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반복됐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군사적 프로그램이 진전하는 만큼 그들의 목적도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핵무기 운반체계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정치적 목적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지난달 22일 한국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목표는 핵 보유국 지위 획득일 뿐, 그 과정에서의 협상은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성배 책임연구위원] “많은 분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혹시 대화할지 모르니까 당분간 지켜본 뒤 마음에 안 들면 도발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북한의 목표는 대북 제재 완화나 경제 보상, 혹은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이나 북-미 관계 개선, 남남갈등 유발이 아닙니다. 핵 보유국 지위 획득이 북한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 때문에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이 있는 1월, 혹은 광명절과 태양절이 있는 2월과 4월 중 핵실험을 포함한 도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