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 클리포드 국방장관! 벌써 9월이요. 계속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요?  북한의 요구대로 사과 표시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클리포드 미국 국방장관) 대통령님. 애초 이 사건은 북한이 불법적으로 미군 함정을 끌어갔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런데, 사과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존슨 대통령) 음.. 러스토우 보좌관! 어찌했으면 좋겠소.
(러스토우 국가안보보좌관) 저희 국가안보위원회는 북한이 제시한 사과문에 서명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우리가 사과를 한다해도 북한이 승무원들을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존슨 대통령)  음…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지 않은가….자, 승무원 송환이 우선이니, 일단 북한의 요구에 맞게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봅시다. 클리포드 장관. 군사정전위에 있는 우드워드 장군에게 연락하시요. 북한이 제시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에 동의하돼, 다음 한 문장을 첨가한다고 하시요. 나는 오늘 판문점에서 던 호지스의 사체와 82명의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인계받았다라는 문장이요!

(해설) 안녕하십니까,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 보기’의 김정우입니다. 5월 8일 열린 16차 협상에서 북한 측이 제시한 성명서를 두고 백악관은 고심하게 됩니다. 5월 8일 16차 협상에서 북한이 제시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낭독 – 북한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 미국 정부는 푸에블로호가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나포되었음을 인정한다.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영해를 침범하고 간첩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엄숙히 사과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굳게 확약한다. 이에 미국 정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게 자비를 요청하고 승무원들을 선처해줄 것을 바란다. 

(해설) 백악관은 일단 북한이 요구한 이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거부했지만, 이후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계절이 여름을 넘겨 가을로 접어들자, 이 성명서에 서명할 것을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일단의 논의 끝에 존슨 행정부는 승무원들의 귀환을 보장하는 문구가 들어가면 사과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왜 사과문구를 인정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을까요? 신라대학교 사학과 김정배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시죠.

/// Act 1 신라대학교 사학과 김정배 교수 /// “ 북한은 일관되게 주장이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이 북한 영해를 침범했으니까, 그것을 인정하고 재발을 방지해 달라라는 점이었다. 미국도 사실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를 침범했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까. 북한이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억류가 장기화되면 정보공개와 조사가 길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승무원들이 그렇게 잡혀있으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또 미국 국내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다가 사실 북한이 꺽이면 좋은데, 북한이 아주 완고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해설) 사실 미국으로서는 일단 사과를 하고 승무원들을 돌려받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바꾼 미국 정부는 1968년 9월 30일 열린 제22차 협상에 임하는데요, 이 22차 협상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립니다.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의 말입니다.

/// Act 2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 /// “ 북미간의 직접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은 68년 9월 30일에 열린 22차 협상이었다. 이 협상에서 북한은 지난 5월 8일에 미국 측에 제시한 문서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 만일 이 수정된 문서에 미국이 서명을 한다면 승무원들을 서명과 동시에 석방한다는 진전된 안을 제시한다.”

(해설) 자신들이 요구한 문서에 서명만 하면 승무원들을 바로 풀어주겠다. 북한은 협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2차 협상에서 이 같은 동시 석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런 제안은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또 16차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승무원 인수 영수증’, 즉 영어로는 ‘acknowledge receipt’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이 ‘승무원 인수 영수증’을 둘러싸고 송환 협상은 또 한차례 파란을 겪게 됩니다.

(우드워드 장군) 제 23차 협상을 시작하겠소. 지난 22차 회담에서 미국이 귀측이 제시한 성명서에 서명함과 동시에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돌려받는다는 원칙에 귀측이 동의해 준 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송무원 송환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협의했으면 합니다.
(박청국 장군) 좋습니다, 우드워드 장군. 만일 미국 정부가 모든 문서에 서명만 하면 승무원들은 2시간 후에 군사분계선을 지나 송환될 것이요. 아, 잠깐. 그전에, 마지막으로, 귀국이 우리에게 발행하겠다고 말한 ‘승무원 인수 영수증’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들어야할 것 같소.
(우드워드 장군) ‘승무원 인수 영수증’이란 우리가 귀측으로부터 승무원들을 돌려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요. 본인은 승무원 송환 여부에 대해서만 서명을 하는 것이지, 귀측이 제시했던 문서 전체에 서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요.
(박청국 장군- 화 난 어조로) 뭣이라! 당신네는 푸에블로호 승무원 문제 해결에 관한 원칙에 합의했었소! 우리 측이 요구한 사과와 보증이 담긴 서류에 서명한다고 해놓고선, 그런데 뭐라고요? 지금 와선 단지 승무원들을 돌려받았다는 영수증을 줄뿐이라고? 당신들 지금 누굴 놀리는거요!

(해설) 23차 협상에 임했던 미-북 양국 대표들은 협상이 타결될 것을 예상하고 역사의 한 장면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명의 사진사를 데리고 오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던 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것은 바로 이 영수증 문제 때문인데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의 말을 들어 보시죠.

/// Act 3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 /// “ 미국이 북한승무원들의 송환을 접수했다는 영수증을 발행하겠다는 것을 북한 측이 받아 들였다. 그런데 사실 이 영수증은 북한 측이 제시한 문서의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데, 단순히 승무원들을 이 서명과 동시에 송환받았음을 확인하는 것에 국한된 것인데, 북한이 22차 협상에서 이 영수증의 의미를 오해한 것 같다. 즉 미국은 승무원들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증서에 서명하는 것이었는데, 북한 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문서의 내용 전체를 미국이 인정하고 이에 서명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양측은 이 23차 협상에서 송환 협상이 마무리되겠구나라는 기대를 하게 된 것이죠.”

(해설) 이렇게 23차 협상이 어이없게 결렬되지만, 전열을 가다듬은 양국은 드디어 막바지 협상을 벌이게 됩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미-북 양국은 마지막 협상을 벌이게 되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 보기’,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