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영국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지난 2012년 7월 영국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북핵 협상 재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올림픽을 계기로 한 미국, 한국,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는 6일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총회는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것으로 알려져 올림픽 불참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 12일만에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셈이 됐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내세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실제로 올림픽 불참의 일차적인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와 국내 이동 제한 등 초특급 방역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외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 불참과 자국 내 국제경기 취소 등이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 내부 상황으로 봤을 땐 전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도쿄올림픽 파견이라는 게. 지금 더 강화하는 상황이거든요. 국경 일부에선 방독면까지 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점들을 본다고 하면 지금 도쿄올림픽에 대규모 선수단을 북한이 파견할 순 없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기다리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외 환경도 고려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이 지난달 미-한 외교 국방장관 회담인 ‘2+2회담’이 끝나고 난 뒤에 이뤄졌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올림픽 불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가 사항이었을 것이라며 다만 국제사회와의 불필요한 불화를 피하는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를 명분으로 삼은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바이든 정부의 대북전략 기조가 거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북한이 여기에 반응을 하는 것 아닙니까 조금씩. 미국이 공식 발표를 하면 아마 북한이 강력대응을 할 텐데 그 측면도 상당히 긴장 국면이니까 북한이 판단할 때는 참가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일본과의 삐걱대던 관계 역시 불참 결정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와 대북 제재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집권 이후에도 대립각을 세워 왔습니다.

북한은 최근에도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 등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위안부·강제징용 과거사, 독도 영유권 주장, 납치문제, 재일조선인총연합회 학교에 대한 코로나 방역 차별까지 전방위적으로 비판을 쏟아내 왔습니다.

북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 등과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 했던 한국 정부의 구상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6일 기자들을 만나 “이번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으나 신종 코로나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다”며 “북한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불참 결정이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악재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로선 내심 기대했던 돌파구로서의 카드를 잃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뚜렷하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교착상태가 길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일종의 돌파구로서 도쿄올림픽의 평화올림픽 카드화를 도모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그러나 이제 상황의 악화는 아니지만 돌파구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봐야죠.”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의 올림픽 불참은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잇단 담화 발표로 긴장을 조금씩 높이고 있는 북한의 추후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올림픽 불참 결정을 공개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올림픽에 북한이 참석한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도발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접었다는 것, 그리고 3월 25일 접은 것을 1~2주 정도 지나서 오늘 발표한 것은 4월 15일을 앞두고 좀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하는 거죠.”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였던 일본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도쿄올림픽 때 일본에 방문할 경우 “납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