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10일 필리핀 공연에 앞서 마닐라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10일 필리핀 공연에 앞서 마닐라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세계적인 록밴드 유투(U2)가 최근 서울 공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타협”(compromise)을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사회 저항과 인권 메시지로 유명한 유투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침묵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서울의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유투의 첫 한국 공연.

1976년 아일랜드에서 밴드를 결성한 후 전 세계에서 1억 8천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한 유투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록그룹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유투의 리더 보노가 주도하는 사회저항 의식과 비판, 인권을 다룬 곡들과 메시지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꾸준히 거론될 정도로 지구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

이날 공연에서도 과거 아일랜드의 분단과 아픔을 다룬 ‘피의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로 포문을 열어, 69년 전 같은 일요일에 북한 정권의 침공으로 전쟁의 아픔을 겪은 한반도에 치유를 기원했습니다.

보노는 특히 후반부에 한반도 분단 상황을 언급하며 북한 지도자를 향해 “타협”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보노] “"We send now a prayer of peace across the border. The Great Leader can be the great leader if he learns to compromise - we're ready.”

보노는 분단의 장벽 너머에 평화의 기도를 보낸다며, “위대한 영도자는 그가 `타협’을 배울 때 (진정한)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화로 가는 여정에서 우리는 영어 단어 중 가장 강력한 단어가 “타협”이란 것을 배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평화를 위해 한국과 타협하길 바란다는 의미의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보노는 그러면서 “우리는 (타협할) 준비가 됐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외치며 마지막 곡으로 ‘하나’란 의미의 ‘One’을 불렀습니다. 

[녹취: 보노] "We love you, we send across a message of love to the people north of the border: WE-LOVE-YOU! (Big cheers) Peace is the dream we all want to wake up in..."

아울러 “평화는 우리가 모두 깨어나길 원하는 꿈”, “평화의 길은 우리가 함께 일할 때 찾게 된다”며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이날 공연은 또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대형 문구와 영상을 보여주며 남녀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보노는 다음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많은 공감을 표시했고, 문 대통령도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보노의 이런 행보가 인권을 강조하던 이전 모습과 너무 달라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댄 빌르펠드 씨는 10일 VOA에, 유투(U2) 공연을 직접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빌르펠드 씨] “The show was great, but they didn’t take as strong a stand as I’d hoped on NK.”

유투가 평소처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나 북한 정권에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는데, 거의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빌르펠드 씨는 이날 유투가 부른 ‘실종자의 어머니들’(Mothers of the Disappeared)은 1980년대 아르헨티나와 칠레 독재정부에 의해 강제실종된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인들의 어머니들을 기리는 목적으로 만든 노래였다며, 유투는 과거 이 어머니들을 공연무대에 초청해 피노체트 칠레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빌르펠드 씨] “They invited the mothers on stage with them and bono asked Pinochet to “tell these women where the bones on their children are.”

평화 메시지뿐 아니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 내 많은 납북자 가족에 대해 언급하거나 무대에 초청했으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란 겁니다.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타협”이란 표현에 자신뿐 아니라 여러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유투’답지 않은 공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환 대표] “국제사회가 전부 아는 가장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는 곳인데, 그런 언급은 전혀 없이 타협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만 전하고 간 게 허탈합니다. 그래서 의아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여기 와서는 평소의 본인들 소신대로 인권 문제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를 하지 않고 갔는가?”

이 대표는 유투(U2)가 서울을 떠나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민간인까지 학살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경고한 말을 들으면 서울 공연과 너무 대비된다고 말했습니다.

유투의 보노는 이날 회견에서 “인권은 중대하고, 인권은 타협할 수 없다”며 “이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위한 나의 부드러운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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