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뮤지컬 '컴포트 워먼'이 미국 뉴욕 무대에 올려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뮤지컬 '컴포트 워먼'이 미국 뉴욕 무대에 올려졌다.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지난 2015년 미 주류사회에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제작됐던 뮤지컬이 3년 만에 다시 뉴욕에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오디오] 미국 내 최초 위안부 뮤지컬, 3년 만에 재공연

[영화 '침묵의 소리'효과음] 

지난 1996년 제작된 ‘침묵의 소리’라는 이름의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 노예로 살았던 위안부들의 끔직한 역사가 담긴 첫 위안부 기록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해자 할머니들 중에는 위안부 피해자로 1992년 첫 증언을 했던 고 정서운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14살에 끌려가 23살이 돼서야 고향에 돌아온 정 할머니가 밝힌 위안부들의 삶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정 할머니는 주재소에 갇혀있던 아버지를 풀어주겠다는 이장의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가일본, 타이완,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일본군의 성 노예로 8년을 살았습니다. 

40여년 만에 깨진 침묵은 1992년부터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수요집회의 불씨가 됐습니다.

지난 2004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정서운 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은 미국인들의 가슴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정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한 뮤지컬 ‘컴포트 워먼’을 통해서 였습니다. 

[공연 현장음] 

‘컴포트 워먼’은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다룬 사상 첫 뮤지컬입니다.
 
한인 학생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던 이 뮤지컬은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예술로 유명한 브로드웨이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 화제였습니다. 

김현준 연출자는 2012년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 선 후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계기로 3년 동안 공연 준비를 했다고 당시 `VOA'에 밝혔습니다. 

그리고 2018년 7월 27일,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재공연에 돌입했고 60번째, 마지막 공연이 9월 2일 열립니다. 

지난 18일, 맨하튼 중심가에 자리잡은 피터제이샤프 씨어터 플레이라이트 호라이즌스 극장이 미국인 관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공연 현장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자 위안부 관련 역사 기록이 막 위로 찍힙니다. 이 극이 실화에 근거했음을 각인시키며 막이 오르고, 어두웠던 무대에 조명이 켜집니다.

막이 오른 무대는 1942년 일제 강점기 조선의 한 마을. 한 청년이 나와 조선의 독립을 외칩니다. 

청년의 누이는 인상을 쓰며 동생을 꾸짖는데요, 누이는 이 극의 주인공 ‘김고은’입니다. 

이렇게 동생을 염려하는 남매와 가난한 젊은 부부, 그리고 누더기 차림의 자매 등 주요 인물들이 차례로 노래하고, 독립운동을 하던 청년이 일본군에게 잡히며 가슴아픈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동생을 찾기 위해 일본인 사업가의 거짓계약서에 속아 서명하는 주인공 고은. 인본인 사업가는 일본 도쿄의 설탕공장에 취직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조선 소녀들을 일본행 배에 타게 만듭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탄 수 십 명의 소녀들. 그러나 소녀들이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의 어느 일본군 위안소였습니다. 

평범한 조선의 한 마을을 상징했던 무대는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생지옥 같은 위안소로 돌변합니다. 

[공연 현장음]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일본 병사들이 소녀들에게 성폭행을 하거나 문신을 새기는 등의 가혹 행위, 소녀들이 살해 당하고 병에 걸리는 등의 참혹한 장면은 극중 대사나 춤 등으로 풀었습니다. 

하루 50명에서 100명까지 상대해야 하는 소녀들의 위안소 상황은 붉은 조명과 음산한 선율, 그리고 몸부림치는 소녀를 끌어 당기는 일본군의 집단 춤 등으로 묘사했습니다. 

주인공 고은을 중심으로 소녀들은 두려움에 떨지만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죽어 나가는 위안소 탈출을 시도하는 등 의지를 보입니다.

이런 소녀들을 돕는 유일한 인물인 ‘민식’은 일본군에 소속된 조선 청년으로 고은과 우정을 쌓게 됩니다. 

고은에게 연민을 느낀 민식은 일본군의 패망 직후 집단몰살 위기에 놓인 소녀들을 구출하고 결국 현장에서 총살당합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3년 전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뒀다고 김 연출자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현준] “2015년에는 위안부 소재라는 것을 어떻게 미국에 알리는가 집중했다면 이번엔 소녀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어떻게 꿈이 있었고 꿈이 짓밟혔는지.. 우리가 정작 위안부 문제, 위안부 문제라고 말하지만,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문화가 되어 있지 않거든요. 노래도 서사도 서사 조명 이런 거부터, 소녀들의 캐릭터가 어떻게 더 많이 살지 집중했어요.”

뮤지컬 컴포트 워먼은 역사의 비극 속에 놓여진 사랑과 우정, 가족과 조국애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3년 전 초연 때 보다 4배의 제작비가 들어갈 만큼 공연 홍보는 물론 작품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3년 전 호평에 힘입어 캐스팅 오디션에 3천 명이 지원했고 24명이 뽑혔는데, 2명의 백인을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인들입니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사전 인터뷰를 공개해 위안부 역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대중의 친밀도와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김 연출자는 배우들이 이미 기본적인 조사를 마치고 오디션에 임하는 등 시작이 좋았지만 위안부 문제의 엄중함을 몸으로 익히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컴포트 워먼의 페이스북에는 배우들의 첫 대본낭독 시점부터 준비 과정들이 영상으로 공개됐는데, 시간에 따른 배우들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주인공 ‘고은’ 역을 맡은 애비게일 최 어래이더 씨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으로 어머니가 한국인이라고 `VOA'에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애비게일 최 어래이더] “엄마가 한국 사람이예요..”

애비게일 씨는 어머니를 통해 위안부 이야기를 들었고 고통의 시간을 이해한다면서, 30만명의 무고한 여성들이 겪은 일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할 예정인 애비게일 씨는 위안부의 첫 증언자인 정선우 할머니를 모델로 한 고은 이라는 인물에 대해 “강인함을 상징하며 수많은 피해자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남아 비극의 역사를 알리는 책임감을 가졌던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선우 할머니는 실제로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 인권운동가로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애비게일 씨는 어머니로부터 위안부 이야기를 들었지만 리허설에 임하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한국 내 생존자들의 수가 27명이라며, 이들이 매우 용감하며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은을 도운 조선청년 민식 역할을 맡은 매티어스 팅 씨는 `VOA'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매티어스 씨는 미국인 관객들에게 “세상에는 상상하지 못할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고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객들은 뮤지컬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며, 여성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