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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난해 불법조업 북한 선원 4천 명 구금...이전 5년의 14배”


동해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자료사진)
동해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자료사진)

지난해 불법 조업 혐의로 구금된 북한 선원이 4천 명에 달한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습니다. 북한 국내적 요인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러시아 해역으로 진출하는 북한 선박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블라디미르 쿨라이쇼프 러시아 연방보안국 1차장은 27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구금한 북한 선원이 3천 754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쿨라이쇼프 차장은 북한 어선들의 불법 조업 활동이 지난해부터 더욱 심해졌다며, 지난해 구금된 북한 선원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붙잡힌 숫자의 14배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수역 내 북한의 불법 조업 활동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연해주어업협회’는 지난해 성명을 통해 연해주 지역의 연간 오징어 어획량이 5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어선 60척을 통해 164t을 잡는데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선박들이 예인그물망으로 다 자라지 않은 오징어까지 잡아들이면서 해역에 오징어 씨가 말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밀리 페리스 연구원은 최근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북한 어선들의 러시아 진출 증가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페리스 연구원은 우선 북한의 조업권 판매가 북한 어선들의 러시아 해역 진출을 부추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뜩이나 자원이 한정된 마당에 중국에 대규모로 조업권을 넘기면서 북한 수역에서의 어획량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2009년 북한 황해도 주변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오른쪽)이 북한 어선들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2009년 북한 황해도 주변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오른쪽)이 북한 어선들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이 중국에 조업권을 판매해 얻은 수입은 1억 2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박 한 척 당 조업권이 5만 8천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전문가패널의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봤을 때 산술적으로 2천 척이 넘는 중국 선박이 조업에 투입된 셈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북한 어선들이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있는 러시아까지 진출했다는 것이 페리스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아르튬 루킨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연방대학 교수는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 내부적 요인을 꼽았습니다.

루킨 교수는 '세계정치평론'(World Politics Review)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시작된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의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식량난이 가중돼 수산물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수역에서는 무분별한 어획으로 이미 자원이 상당히 고갈돼 북한 어민들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루킨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러시아로 진출하는 북한 선박들의 활동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국내 상황 외에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페리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줄곧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며, 이것이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의 불법 조업 활동을 방치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고기잡이 어선. (자료사진)
북한의 고기잡이 어선. (자료사진)

극동 지역을 개발해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이 지역을 ‘분쟁 지역’으로 만들면 안 되는 만큼 북한과 불법 조업 문제로 갈등을 빚지 않으려 했다는 겁니다.

페리스 연구원은 또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수산업이 갖는 위치는 러시아 전체로 봤을 때 우선순위가 굉장히 낮아 북한의 불법 어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도 또다른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루킨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도 러시아의 적극적인 단속을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4월 양국 정상이 만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 어선들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은 북한을 당혹하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루킨 교수는 최근 북한 선박들의 불법 어업 활동으로 러시아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러시아 당국이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단속 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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