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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원-달러 환율 20% 하락"


지난 20일 북한 평양역.
지난 20일 북한 평양역.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원-달러 환율이 6천500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 등에 따르면 8천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0월 말부터 하락세를 보여 11월에는 6천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종전보다 20% 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북한의 달러화 환율이 7천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7년만에 처음입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비슷하게 떨어졌습니다. 1위안에 1천200원 하던 것이 10월 말을 기해 830~890원으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조지아주립대학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It is very difficult to see that currency is appreciated when Economy is deteriorating…”

코로나 사태와 경제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 평가절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력이나 경제 상황을 반영합니다. 경제가 좋으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반대로 경제 사정이 나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 4년째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코로나 사태에 수해 피해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돈의 가치가 오히려 오르는 (환율 하락)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환율 하락 배경에 북한 당국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돈주와 주민들이 갖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춘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 regime extract some foreign currency out of system and bring into regime coffer …”

환율 하락은 북한의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당국이 지난달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국 야당인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입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북한 경제도 안 좋아지고 환율이 폭락할 수밖에 없는데 그 책임을 거물 환전상에 돌리는 거죠. 그래서 환율 폭락 책임을 거물 환전상 처형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북한 당국은 또 달러와 위안화같은 외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29일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 외교관과 국제 기구 직원 등 외국인들에게 달러화 대신 북한 원화를 사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당국이 평양 소매점에서 달러화나 (전자 외화 선불카드인) 나래카드를 받지 않고 대금을 원화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또 이를 위해 대동강외교관클럽에 원화 환전소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런 조치 역시 인위적으로 화폐개혁 또는 돈의 가치를 높여 정부 채무를 줄이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그레이스 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Some sort of ill intended currency reform or actually..”

북한도 국정 화폐인 ‘원’화가 있지만 ‘원’ 화는 시장에서 잘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 단행된 화폐개혁 당시 주민들이 갖고 있던 북한 돈이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면서 주민들은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마당에서도 북한 돈 대신 달러화나 위안화로 거래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일련의 조치로 북한 돈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시중의 달러와 위안화를 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는 시장의 외화를 흡수하고 돈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환율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또 당장 물건을 사고 팔아야 하는 상인으로서는 당국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f you talk to merchant and collect dollar…”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당국이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외화를 갖고 있는 돈주와 주민들이 이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기존의 돈주와 주민들은 이미 1달러에 8천원을 지불하고 달러화를 사들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국의 방침대로 1달러를 6-7천원에 팔면 달러당 1-2천원의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따라서 급한 경우가 아니면 갖고 있는 달러화를 내놓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그레이스 오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의도하는 화폐개혁 시도가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If you look into history, currency reform from to to button…”

북한의 환율 하락을 외화난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북한 당국은 환율을 비롯한 시장활동을 크게 통제하기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화가 없기 때문에 환율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북한의 외화 돈줄이 말랐다는 것은 최근 공개된 북-중 무역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26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 달인 9월의 수입액(1천888 만 달러)보다 99%나 감소한 겁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품목도 9월 274개에서 10월에는 4개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삶과 직결된 밀가루와 식용유 같은 식료품은 물론 담배와 의약품까지 대부분의 필수품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10월 북-중 무역액이 과거의 양상과 매우 다르다며, 북한 당국이 수입에 필요한 외화가 고갈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run out of hard currency, stop import…”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도 중단됐습니다. 또 감시망을 뚫고 외부에서 몰래 기름을 반입하던 유조선 운항도 8월부터 중단됐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석탄 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는 북한에서는 석탄 수출과 유류 수입을 같은 회사가 담당한다며, 외화난으로 인해 석탄 수출이 중단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이현승 씨] “외화가 없으니까 석탄 수출이 줄어든 것 때문에 석유를 사올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입량이 줄어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고강도 제재에 잘 버텨왔습니다. 2017년부터 제재를 겪으면서도 밀가루, 비료, 담배, 술 등 20억 달러 상당의 물품을 매년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환율도 1달러에 8천원 선으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환율이 주기적으로 출렁이는 등 변동 폭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 10월 말을 기해 환율이 20% 가량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북-중 무역의 급격한 축소와 환율 하락세는 북한이 외환 위기 등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날로 악화되는 경제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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