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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30년째 계속되는 북한 전력난


지난 2014년 2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한반도 사진. 한국이나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불빛이 거의 없이 암흑에 덮여있다.
지난 2014년 2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한반도 사진. 한국이나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불빛이 거의 없이 암흑에 덮여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중 국경 봉쇄로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생필품 부족과 함께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력난이 왜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주재 체코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 중심지에 있는 대사관이 여러 차례 정전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주민 26%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추정치가 맞다”며 견디다 못한 평양 주민 절반 정도는 소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세계 국가별 현황을 담은 온라인 ‘월드 팩트북’을 갱신하면서 북한의 전력 사정이 1990년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전력을 쓸 수 있는 전력 접근성은 북한 전체 인구의 26%이며, 도시 인구의 36%, 지방이나 시골은 11%에 그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평양의 대사관이 정전이 될 정도면 일반 주민들의 전력난은 한층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This situation probably affected people in Pyongyang…”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연구해온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는 북한의 전력난이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90년 초까지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그 후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고, 고난의 행군 때는 정말 심해서 발전소 연료 공급도 안돼고…”

북한의 전력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89년 294억kwh 였던 북한의 발전량은 10여 년이 지난 2001년에는 오히려 202억kwh로 30% 가깝게 줄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 249억kwh로, 남한의 발전량 5천706억 kwh의 4%에 불과합니다.

전력난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 공장과 기업소 가동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전력 부족으로 북한의 공장가동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도도 제대로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신의주에서 열차를 타면 평양까지 5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전기 공급이 안 돼 중간에 열차가 서서 며칠씩 기다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평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진 지방은 아예 광솔이나 호롱불로 지내는 형편이라고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는 말합니다.

[녹취: 박광일] “시골은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들어오면 잘 들어오는 것이고 주로 등잔 이런 걸로 밤을 지새죠.”

전력이 부족하자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강물과 하천에 중소형 발전소를 여럿 세웠습니다.

그러나 발전량이 워낙 작은데다 작동이 안돼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중요한 것은 수력발전소는 물이 있어야 돌리는데 가뭄이 들어서 물이 없어서 수력발전소가 역할을 못하죠, 중소형 발전소 덕을 본다는 것이 어렵죠.”

북한은 공장을 돌리기 위해 ‘교차생산’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이것은 한 지역에 10개 공장이 있으면 한 공장이 12시-3시까지 전기를 공급받고 다음 공장이 3시부터 6시까지 전기를 공급받아 교대로 공장을 돌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는 전력공급 시간을 조정해 전력난을 해결하자는 것인데, 큰 효과는 없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전력난 해결을 위해 2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나는 평양 주변의 발전소를 개보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 평안북도 북창군에 있는 북창화력발전소 설비를 증설했습니다. 다시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김정은 이후 좋아진 것은 북창화력발전소에 20만kw 발전 설비가 증설된 것인데, 중국서 중고 설비를 지원받아 2018년에 시험가동했는데 그 때는 평양 시내에 전기를 24시간 주기도 하고…”

또다른 조치는 태양광 전지판 보급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하면서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과 주민들은 평양 시가지와 공장은 물론 아파트 곳곳에 태양광 전지판을 세웠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 것은 120와트짜리인데 충전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이 한 대를 가지고도 조명은 물론이고 이렇게 녹화기, 텔레비전, 냉동기, 세탁기까지도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돌리고 있습니다.”

태양광 전지판은 북한 주민들의 풍속도를 바꿔 놓았습니다. 주민들은 중국 돈으로 150원-600 위안인 태양광 전지판을 수입해 아파트 곳곳에 세웠습니다.

또 태양광용 12V 배터리가 등장하고 냉장고와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을 충전하기 위한 설비 개조와 변압기 거래도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10만 가구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204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500만kw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태양광으로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태양광 전지판이 생산하는 전력량이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시 김경술 박사입니다.

[녹취: 김경술] ”개별 가정에서는 그게 요긴할 수 있어요. 워낙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TV도 보고 긴급 조명도 하고. 그러나 전체 발전량에서는 추정하기 곤란하죠, 0.01%도 안 될 거에요. 굉장히 미미하죠.”

전력 문제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도 깊숙히 관련돼 있습니다. 북한은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경수로 2기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 사업을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설립돼 한국은 함경북도 금호지구에서 1997년부터 경수로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제네바 합의는 파기되고 2006년 1월 경수로 공사도 중단됐습니다.

또 2005년 7월 한국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200만KW의 전력을 직접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아 이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2007년부터 10만kw급 변전소를 설치하고 개성공단에 3만∼4만㎾의 전력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전기 공급을 차단했습니다.

북한의 내부 사정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당분간 전력난이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력난을 해결하려면 남한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거나 발전소와 송배전망을 건설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Politics of inter-Korea dialogue is dying because of lack of US-Korea dialogue, helping power grid…”

북한의 전력난은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만성적인 문제입니다. 북한 수뇌부가 꽉 막힌 전력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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