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mployee of the Rangnang Disabled Soldiers' Essential Plastic Goods Factory checks the quality of a plastic pipe in…
1일 북한 평양의 공장.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하는 자력갱생 경제노선이 시장 기능을 활용하는 변형된 계획경제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로 장마당 기능이 위축된 상황에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열린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김덕훈 내각총리 주재 하에 기업의 독자적인 생산과 경영 활동을 경제적, 법률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고 밝혀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난달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의 생산물을 중앙집권적,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생산소비적 연계를 맺어주어 수요를 원만히 보장하는 사업체계로 시급히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의 자율성과는 궤를 달리하는 김정은식 계획경제 구상을 내놓았던 겁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식 계획경제는 과거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달리 기업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배제하고 이미 북한 사회에 널리 퍼진 시장을 통해 기업소가 필요한 자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토록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소의 자율성 확대라는 게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을 더 이상 국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의미라는 설명입니다.

조 소장은 지난 1월 8차 당 대회 이후 이 같은 기업관리책임제가 모든 기업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목표를 제시하고 위에 목표를 승인을 받는데 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라든가 그 다음에 투자라든가 이건 전혀 없어요. 기업관리책임제 원칙에 의해서 기업이 알아서 자력갱생하라는 거죠.”

북한의 이 같은 경제전략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무역 봉쇄로 국가 보유 자원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선언하면서 내세운 자력갱생 노선은 계획경제 강화로 이어졌지만 이는 장마당 기능을 포섭한 형태의 김정은식의 계획경제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국가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시장을 활용하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단기적으론 장마당 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국가가 계획을 하다 보니까 장마당 경제를 꼭 위축시키려고 개입을 하는 건 아닌데 개인들의 인센티브가 줄어드니까 위축은 됨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으로선 어떻든 시장을 잘 활용해야 국가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거에요.”

조충희 소장은 국고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시장 기능을 통해 돌파하려는 전략이지만 대북 제재와 무역 봉쇄로 시장 기능도 위축돼 있기 때문에 기업소들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조 소장은 김정은식 계획경제의 특징은 내각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당과 군부 등 이른바 특수 단위의 이권 사업들까지 포함해 모든 경제활동과 자금 흐름을 국가가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세수를 늘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노동당이나 군부가 갖고 있던 회사들은 내각에 전혀 이윤이나 경제 흐름을 보고하지 않고 자기들이 알아서 먹고 알아서 수행했는데 이것들도 다 등록을 하고 얼마 벌었고 얼마 유통했고 거기서 이윤은 얼만데 국가에 바치는 게 얼마다 이걸 하게 돼 있거든요 이번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북한경제의 여러 부문 중에서도 당과 정, 군의 힘 있는 특수·특권 기관들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함께 핵 무력 고도화를 천명했다며,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으로선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금 두 쪽으로 자원을 분산시킨다는 얘긴데 그건 불가능한 목표죠. 결국은 국방력 강화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 얘기는 결국 우선순위가 국방이기 때문에 김정은체제에서 결국 경제는 또 희생 당하는 거죠.”

조충희 소장은 설사 신종 코로나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도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중국 등과의 무역이 활성화하긴 어렵다며, 내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다고 해도 국가발전 5개년 계획은 연명 수준의 현상유지 전략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