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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경제 실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해결책 제한적”


지난 6월 북한 평양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지난 6월 북한 평양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제재와 국경 봉쇄, 홍수의 3중고 속에서 경제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직면한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20일 VOA에, 북한 당국이 경제에 중점을 둔 노동당 대회 개최를 한 것은 경제 발전 정도가 외부 세계에서 생각한 것보다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I interpret the calling of the congress as a signal that the development of the North Korean economy is worse than we think because it is clearly highlighting the fact that they are facing these difficulties (sanctions, COVID-19, and failure of five-year plan).”

해거드 교수는 북한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경 봉쇄에 따른 북-중 무역량 감소, 지속되는 대북 제재, 최근 발생한 홍수 등 3중고 속에서 경제 운영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19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사실상 경제 개발 실패를 인정하면서 내년 1월 열릴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과거 경제 지휘를 비판하며 개선책을 제시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경제 실패를 인정한 것이 이례적인 움직임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것이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에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보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어떻게 이런 어려움에 대처할 지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몇 개월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key thing going forward is that how North Korea deals with these difficulties will enable us to determine whether the leadership is strong or whether it is weak. So, the next few months will be very telling in that regard.”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3중고가 새로운 경제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거시적 측면에서 김 위원장이 추진해왔던 경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마무리 되는 5개년 전략의 약점과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북한 당국이 결국에는 경제 체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정책을 설립할 열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로운 정책에 관한 예측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당 전원회의에서 계획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시장 경제 요소를 수용하기 위한 제도 설비 등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he's warming up the government, the elites, everybody to possibly some pretty big changes in January. I am an optimist, so that’s what I am thinking.”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당 전원회의를 통해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큰 변화가 제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현 시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모든 선택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성공하지 못한 기존의 체제를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급진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당국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현 과정을 수정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측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every option for North Korean leadership carries risks at this time. And so, it will be very interesting to see whether the North Koreans focus on trying to tweak a system that has not been successful or whether they maybe come to a point where they take a radically different approach. I think that the greater likelihood is that they will tweak a process that has so far not been successful.”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대외 정책을 통한 제재 완화 등 외적 요인을 해결해야 ‘근본적인 경제 문제 (fundamental economic problems)’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제재 완화, 여행 제한과 국경 봉쇄 조치 해제, 홍수와 수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 등이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내외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거나 제도적 문제의 결과로 초래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 the overall prognosis for North Korea and for that party congress next year doesn't look good because many of the challenges that North Korea faces on the economic front are either beyond its control or are the result of systemic problems that North Korea is facing.”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당 대회가 1월로 계획된 점에 주목하면서, 11월 초에 치뤄지는 미국 대선의 일정도 당 대회 개최 시점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뱁슨 고문은 북한의 새로운 정책이 정책 작동에 관한 북한 당국의 자체적인 판단과 11월 초 미국 대선 결과 등 대내외적 변수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think it will be influenced, not only by their own internal thinking of what's not working and what they think might work better, but also after the election, how they're going to handle the international side or all of this because I think it's very difficult for them to make a major, long-term improvement in their economy without expanded trade and investment relations with the rest of the world.

뱁슨 고문은 또 미국 대선이라는 대외 일정 뿐 아니라 올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이라는 대내적 행사를 고려했을 때, 내년 1월은 북한 당국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에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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