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중앙은행 건물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중앙은행 건물 (자료사진)

북한의 무역적자가 최근 몇 년 급증하면서 외환 보유 상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외화가 고갈돼 연말이나 내년 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공식 무역·불법 활동과 수입액 대폭 축소 등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준은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VOA는 오늘과 내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외환보유 상황과 북한 당국이 부족한 외화를 어떤 방식으로 충당하고 있는지에 관해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그 나라의 지급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가신인도와 경제 안정성의 지표가 됩니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면 환율 불안정 등 긴급사태 대응이 쉽고,  기업의 해외자본 조달을 낮추며, 해외 투자 유치도 촉진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구매력 등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줍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정부조차 정확한 외환보유액 규모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외환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의 충격으로 외화가 원화를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하면서 외환의 중앙통제가 사실상 모호해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정부 기관과 기업은 각자 외화를 벌어 운영하고 개인도 밀수나 시장 활동을 통해 외화를 보유하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전문가들에 따라 큰 편차가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7년 보고서에서 1991~2016년 사이 북한의 외화수지 흑자를 130억 달러, 한국은행 연구진은 2017년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30.1억~66.3억 달러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양대학교 장형수 교수가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년 현재 북한이 가용한 외화를 25억~58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991~2012년 22년 동안  무역수지에서는 179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지만, 경상수지의 서비스와 소득수지 등 나머지 항목과 자본수지는 모두 흑자로 2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의 문성민 선임연구위원은 1일 VOA에, 이런 흐름이 적어도 2016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마을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신발을 만들고 있다. (자료사진)

[녹취: 문성민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2016년까지는 외화가 많이 늘었습니다. 왜냐하면 무연탄과 철광 수출이 가능했고, 해외에서 노동자들이 벌고 해서 2016년까지 외화가 많이 늘었습니다.”

관광 수입과 북한 어장 입어료, 북한 영공 통과료, 중국 등 국제사회의 무상원조 등도 북한의 외화 흑자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이런 서비스와 소득수지 분야 수익으로 1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보완해 손실이 없었지만, 고강도 제재가 시작된 2017년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then, everything changed though in 2017 with China's tough sanctions, UN sanctions got much tougher and China applied them. So suddenly the trade deficit jumped to about 2 billion.”

브라운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역수지 적자가 2017년에 20억, 2018년 23억, 2019년 26억 달러를 기록한 점을 들어 외화가 급속도로 줄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한국무역협회 자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60억 7천 200만 달러로 제재 강화 전 3년(2014~2016) 누적액의 3.6배에 달해, 이르면 올 말께 외화가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는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해까지는 계속10억 달러 정도를 다른 곳에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석탄 밀수가 옛날 규모에 비해 20~30% 정도, 관광수입이 1년에 2억~3억 달러 정도, 돌려보내지 않은 해외 근로자 수입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지만 2~3억 달러 정도, 북한이 아마 의류 수출도 거의 하고 있다고 봅니다. 수입은 원자재가 들어오지만 수출은 안 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럴 수 없으니까요. 실제 통계에 안 잡히는 구멍, 그 다음에 북한이 수산업은 거의 배에서 배로 바로 넘기니까 그런 것들이 공식 무역으로는 안 나오는 거죠. 그것을 합하면 10억 달러 정도는 그런 식으로 벌어들인다고 볼 수 있겠죠.”

지난 2017년 4월 북중 국경무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중국 단둥 호시무역구 내 북한농산물거리가 북핵개발에 대응한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 상인 입주 없이 텅 비어있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보면 2018년 말 북한의 외환보유액은 23~35억 달러, 2019년에는 26억 달러의 적자를 10억 달러로 채우더라도 7억~19억 달러로 줄어야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김석진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석진 위원] “무역적자가 다 적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무역적자가 통계상으로는 적자가 얼마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다 돈이 나갔다는 뜻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중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려고 기계를 중국에서 갖고 들어가잖아요. 그게 무역통계에는 기재가 되지만, 그것을 북한이 중국에 지급한 것은 아니죠. 중국 기업이 투자한 것이니까. 이런 식으로 실제 무역적자 통계에 나와 있는 만큼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중국의 한 소식통도 1일 VOA에, “중국 투자기업이 북한 내 임가공 공장을 돌리려면 원단은 물론 발전기, 이에 필요한 기름(휘발유) 등을 모두 보내야 하는데, 이런 게 다 북한의 수입 품목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수입 품목에 들어가는 게 상당하다는 겁니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중 무역 거래 관행상 북한의 수출액은 과소 신고, 수입액은 과다 신고됐을 가능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중국 수입업자와 북한 수출업자가 공모해 중국 세관(북한 당국)에 대북한 수입액(대중국 수출액)을 축소 신고하고 중국 수입업자가 그 차액을 북한 수출업자에게 뇌물 또는 킥백(kickback)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서” 실제 북한의 무역적자는 공식 무역통계 추정치보다 줄게 된다는 겁니다. 

장 교수는 2일 VOA에, 북한의 외환보유액을 계산하는 것은 변수가 워낙 많아 어렵다면서,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석탄과 모래, 수산물 등의 불법 환적과 해킹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기존 추정액 (2017~2018)보다 1~2억 달러 정도 더 많을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장형수 교수] “외화가 훨씬 귀중해진 상황 하에서 그것을 북한은 계속 획득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옛날에 10억 달러 수출하는 것보다 해킹이든 불법 수출로 3~4억 달러 벌어들이는 게 북한 정권에는 더 귀한 겁니다.”

지난 2018년 5월 북한 선적 유조선 삼정2호(왼쪽)와 명류1호가 동중국해에서 불법 유류 환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포착했다며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사진.

장 교수는 특히 지난해 북한의 수입액이 29억 달러에 달한 것은 외화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볼 수 있다며, 올해 수입량이 급감한 건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함께 외화 고갈보다는 전략노선의 변화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형수 교수]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도 너무 많이 줄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전략을 바꾼 겁니다. 그동안은 평양시민들에게 소비재만 풀어주면서 김정은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 이제는 절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 정면돌파 선언이 그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수입을 줄이고 옛날로 돌아가는 겁니다. 2010년 이전으로.”

특히 올해 수입액을 지난해의 3분의 1로 줄이면 외화는 비공식·불법 활동을 통한 수익을 적용할 때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중 무역액은 4억 1천 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줄었고, 특히 수입은 66.5%가 감소한 3억 8천 3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에도 북한의 시장 물가가 안정적인 것은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안정 외에 북한이 지난해까지 생필품과 비료를 대거 수입한 데 따른 공급 안정이 동시에 작용하는 효과로 풀이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내 환율이 수 년째 한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은 정부가 운영하는 외화교환소가 시장 환율의 90%까지 환전해 주는 등 당국이 개입해 환율을 조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 문성민 위원은 북한 당국의 통제로 거래용 외화가 아닌 당국의 가치저장용 외화가 계속 감소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아직 급격한 외화 위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장형수 교수는 북한 내 `달러라이제이션’이 너무 과장된 경향이 있다며, 시장 거래용 외화가 북한 당국의 외화 보유량보다 많을 수 없기 때문에 대략 10억 달러 이하로 추정한다며, 달러라이제이션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당분간 외화를 많이 쓰지 않은 채 미 대선 결과와 대북정책 노선을 보면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장형수 교수] “이 외환보유액을 30억이든 40억 달러든 가지고 계속 가는 겁니다. 그 대신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북한의 경제성장은 더 악화되겠죠. 그러나 그것은 북한이 원래 그랬던 겁니다. 더 오래 본다는 거죠. 북-미 협상 타결도 오래 보고, 그 (미 대선 뒤) 상황을 볼 때까지 북한이 아주 어렵지 않게 옛날(2010년 이전)처럼 그럭저럭 버티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것이 내년 1월 8일 당 대회에서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