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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결핵 환자들, 국경봉쇄 장기화로 타격…이달부터 결핵약 바닥날 것”


북한 평양 결핵 병원의 환자들. (자료사진)
북한 평양 결핵 병원의 환자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내 결핵환자들이 중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부터 결핵 치료제가 바닥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지난 1월말 단행한 국경 봉쇄 조치가 6개월 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에도 전염병 방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국경과 영공, 영해에 대한 완전 봉쇄를 또다시 강조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섰던 구호단체들은 언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지 몰라 막막한 상황이라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특히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중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의 다니엘 워츠 국장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경봉쇄로 북한에 결핵 치료제를 반입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Particularly, the existing stockpiles of TB drugs in North Korea were supposed to run out about just now, July of this year. The global fund had reached an agreement with last year to start new program with North Korea.”

특히 지금은 북한에 있던 기존의 결핵 치료제가 바닥나기 시작할 시점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던 국제협력기구 글로벌펀드가 지난해 1년 6개월 만에 대북 지원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도 올해 7월이면 북한 내 결핵 치료제가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츠 국장은 글로벌펀드의 지원 재개로 결핵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에 따른 국경 봉쇄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펀드 지원금으로 구입한 결핵 치료제가 올해 봄에 북한에 반입됐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이 폐쇄되면서 아직도 약품 대부분이 북한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워츠 국장] “And that’s a very bad news for those who’s trying to address TB crisis in North Korea, the current patients might began which can lead to some patients to developing MDR-TB, if they don’t take the first treatment.”

워츠 국장은 이런 상황은 북한의 결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금 북한의 결핵 환자들이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워츠 국장은 우려했습니다.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일반 결핵 치료보다 비용도 100배 정도 더 듭니다.

지난 2018년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 지원을 전격 중단했던 글로벌펀드는 북한의 결핵 치료제 부족 위기에 대한 지원 단체들의 우려 속에 지난 2월, 북한의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4천 174만 달러의 지원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 내 결핵 환자 수는 13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치료를 하는데 6개월의 공백이 생기면, 이 중 절반 이상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년 넘게 북한의 결핵 환자 치료 활동을 벌여 온 미국의 한 구호단체는 13일 VOA에, 결핵 치료제 1만 4천 세트를 북한으로 보내려고 하는데 두 달 넘게 진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해마다 평균 두 차례 평양과 개성, 해주 지역 내 20여 개 진료소에서 600명 정도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소 보수 공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을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WHO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9년 연례 결핵 보고서를 보면, 2018년 북한에서 결핵으로 숨진 주민의 수는 2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10만 명 당 80명이 사망하는 수준으로, 세계 평균 20명 보다 4배나 높습니다.

북한의 결핵환자 수와 다제내성 결핵환자 규모는 전 세계 20위 안에 들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많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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