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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더 어려워진 북한 주민 삶


지난 2017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주민대회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구호가 걸렸다.
지난 2017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주민대회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구호가 걸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개혁이 후퇴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제재로 어려워진 재정을 내수시장에서 조달하고, 사상투쟁도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였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problem for North Korea is that since 2017 especially in 2018 and continuing to now, their trade deficit has doubled to $2 billion a year.”

유엔의 강력한 제재로 전년(2018) 무역적자가 10년 만에 최대인 2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재정 압박이 커졌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해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회담 결렬로 이런 기대가 무산되자 김 위원장이 꺼내든 카드는 변화가 아닌 “자력갱생”과 “사상투쟁”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자신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대신 “국가의 통일적 장악과 통제”, “사상무장과 자립경제”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시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 등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들은 북한 수뇌부가 시정연설과 태양절 중앙보고대회, 중앙군중대회, 만리마·총궐기를 강조한 것은 북한 내 열악한 경제 실정을 반영한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민들을 압박·착취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장마당과 기업소 등에 대한 각종 조세 인상,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를 무시하는 관리들의 요구량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계속됐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지난 11월 언론 기고에서 대북 제재로 “당국과 권력층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이들이 조세와 준조세의 증가를 통해 일반 주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시장화는 자유세계처럼 법과 공정한 제도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권력의 자의적 개입에 의해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제재가 하층부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겁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12월 VOA에, 중앙당에서 요구하는 지나치게 높은 할당량과 자금 요구 때문에 많은 기업소와 협동농장 주민들이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포전담당 책임제로 가족농과 인센티브를 기대했던 농민들의 타격이 훨씬 크다는 분석도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지난 1월 언론 기고에서 대북 제재로 북한 당국의 돈줄이 축소되면서 농산물에 대한 수확량 분배 약속이 지난해에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당국자나 군대가 여러 구실을 내세워 약속보다 더 많은 식량을 가져가 농민들의 불만이 많다”는 겁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김일성-김정일주의화 기치로 회귀하면서 농민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TV] “진정한 자력갱생은 바로 농민들이 농장 포전을 자기집 포전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말로만 분조관리제, 포전도급제 하지 말고.”

아울러 북한 당국이 원산-갈마, 삼지연, 양덕 등 3대 관광지구 개발 건설에 자원과 인력을 집중하면서 주민뿐 아니라 건설 노동을 담당하는 군인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고 대북 매체들이 잇달아 전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백두산 정신’ 등 사상투쟁 교육과 동원 사업이 대폭 늘면서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세현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미국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할 테니 북한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각오하라는 정치사상교육”으로 풀이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VOA에, “평양 밖에 사는 평범한 북한 주민들과 지배 엘리트 계층이 아닌 사람들은 여전히 철저한 통제를 받아 자유로운 생각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The common North Korean that doesn’t live in Pyongyang and that is not part of the ruling elite is still controlled so tightly there…”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이미 경제가 어려운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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