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곡창지대에 내린 집중 호우로 올해 북한 식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지난 1일부터 엿새 동안 북한 강원도 일부 지역에 연평균 강우량 보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또 같은 기간 개성에는 8월 평균 강우량의 1.5배가 넘는 비가 쏟아지는 등 북한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아직 은파군 외에 다른 지역의 피해 여부나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호우 상황이 지금까지 최악의 홍수피해가 발생한 2007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8월이 그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까지 연기하게 만든 2007년 홍수 당시 북한에는 일주일 동안, 500mm에서 700mm의 비가 왔는데, 이달 강수량이 그 때보다 많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도에 평년보다 2.5배나 많은 비가 내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올 가을 작황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황해도는 북한 전체 농작물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역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았고 정확한 농경 피해 규모와 형태를 알지 못해 가을 작황 상황을 예측하기는 조금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기에 홍수가 발생하면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지금이 이삭이 형성 되는 시기거든요. 그래서 이 시기가 굉장히 피해가 큰 시기입니다. 예를 들어, 물이 차서 며칠만 머무르면 수확량 절반 정도가 피해를 보고, 만약 물이 들어왔다 하루 이틀 만에 나가면, 20% 정도 많아야 30%인데, 계속 잠겨 있으면 피해가 큽니다.”

특히 만약 둑이 무너져 논밭이 완전히 매몰됐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밭에 물이 들어오면서 물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모래와 자갈이 들어와서 완전히 밭을 덮으면 100% 피해입니다.”

북한에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농자재를 지원하는 미국 구호단체인 미국친우봉사회의 린다 루이스 북한사업단 대표는 VOA에, 농작물이 성장하는 최적기에 발생하는 홍수는 식량 생산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이스 대표] “In the best of times, flooding is a threat to food production.”

북한이 매해 홍수 피해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한 해 농사 수확량이 장마철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물자를 투입하고 기술을 개발해도,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수해가 닥치면 회복할 길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5일 북한 평양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경봉쇄에다 수해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10일 VOA에, 폭우가 농작물에 얼마나 피해를 줄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으로 이미 북한의 식량 생산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The recent floods only increase the prospect of food shortages later in the year. It's unclear how much damage they will do to crops, but the trade restrictions from COVID-19 already meant that North Korea had seen declines in imports of most food items, plastic tarps for agriculture, and fertilizer.”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북한의 무역 제한 조치로 대부분의 식품과 농업에 필요한 플라스틱 방수용 물품, 비료의 수입이 감소했고, 이런 상황에서 홍수는 올 연말 식량이 부족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친우봉사회의 루이스 대표도 올해 북한이 동시에 여러 사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농장경영 체제 개혁 시스템으로 농가들이 기후변화에 탄력적 대처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농업 환경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북한의 수해 피해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추수기와 맞물린 태풍 ‘링링’이 곡물 수확에 타격을 줬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북한 노동자들이 홍수피해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복구 지원에 나섰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2016년 홍수 때에는 함경북도 농경지 2만 7천 ha가 훼손됐고, 텃밭과 가축 피해뿐 아니라 비축해둔 식량과 종자마저 물에 잠긴 바 있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로 불린 1995년 대홍수 시기입니다.

당시 북한은 143억 달러 규모의 재산 피해와 사망자 68명, 이재민 250만 명이 발생했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북한은 1995년 대홍수를 계기로 대규모 기아사태를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권 원장]“그때는 논밭 피해만 본 게 아니고, 심지어 광산에도 물이 들어 쳐서 10년 동안 작황을 못 할 상황이었어요. 그 정도로 비가 많이 왔거든요.”

대홍수가 복구 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4년 연속 북한에 태풍과 홍수가 이어졌고, 식량난은 더욱 가중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2004년부터 8년 동안 계속된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수해로 사망자가 1천 300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2006년 발생한 홍수로 북한 전체 인구의 10분 1정도인 2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 수해로 그 해 식량 손실분 40만 t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 2007년에는 전체 농경지 11% 이상이 침수되고,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이재민 30여만 명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2007년 홍수 피해 보고서에서, 그 해 북한의 곡물 수확이 40만t 가량 줄고, 침수 농경지에서는 약 2년간 농작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