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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 가상자산 기반 제재 회피, 자금세탁 사전 식별∙대응 지침 발간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가 열렸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가 열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불법 금융 행위의 사전 식별 방안을 담은 지침서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를 조사해 온 미 당국자는 북한의 자금세탁 역량이 해킹 역량보다 더 정교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이 연계된 불법 금융 행위의 사전 식별 방안과 대응책을 제시한 지침서를 펴냈습니다.

FATF는 자금세탁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것이 약 10년 전 처음 목격됐다며, 이후 점점 더 광범위한 범죄 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가상자산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FATF는 전 세계 회원국들이 2017년부터 3년간 수집한 100여 건의 관련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범죄자들은 금융제재 회피와 테러리즘 지원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이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불법 무기 판매와 사이버 탈취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세탁하는 데도 가상자산이 활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이 자금세탁과 테러금융에 이용되는 것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 ‘위험 지표 (red flag indicator)’를 정부와 금융∙비금융 분야, 가상 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s) 등에게 제시했습니다.

FATF는 위험 지표를 거래 규모와 빈도, 거래 패턴, 익명성 추구 정도, 발송자와 수취자의 행동 양태, 자금 원천, 지리적 위험 등 6개 분야에서 공개했습니다.

이 중에는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데 썼던 수법들과 일치하는 행위도 포함됐습니다.

FATF는 한 가지 사례로 고가의 가상자산 거래가 24시간 주기 등 짧은 시간 내 다수 발생하거나, 새로 생성되거나 비활성화된 계정으로 이동한 경우를 주요 의심 사례로 꼽았습니다.

또 고가의 거래가 규칙적으로 진행되다가 이후 장기간 발생하지 않는 경우, 랜섬웨어 공격을 통한 가상자산 탈취와 연관해 흔히 발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연방법원에 따르면 북한 해커가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는 다층적 방식을 통해 세탁되었다. [출처: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소장]
미 연방법원에 따르면 북한 해커가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는 다층적 방식을 통해 세탁되었다. [출처: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소장]

FATF가 제시한 위험 지표는 미 사법당국이 지난달 북한 해커들이 운용 중인 280개 가상화폐 계좌에 대한 몰수를 요청하며 제출한 소장에서 제시한 수법과 유사합니다.

이와 관련해 FATF는 이번 지침서에서 의도적으로 다수 개인의 자산을 혼합하는 ‘믹싱 앤 텀블러 서비스(Mixing and Tumbler Service)’를 활용한 거래도 불법 거래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불법 자금 흐름을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를 시사한다는 겁니다.

FATF는 지난 2018년 가상자산과 관련한 FATF 권고 기준을 채택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습니다. 또 지난해 6월 총회에서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등을 규정한 ‘주석서’를 확정했습니다.

올해 7월부터 FATF 의장직을 맡은 독일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금융활동 저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런 조치가 북한에도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북한 가상자산 탈취 사례를 조사해 온 미 당국자는 북한의 자금세탁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잔체스키 미 연방국세청(IRS) 산하 가상화폐 담당 특별수사관은 지난 10일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가상화폐 해킹보다 자금세탁이 ‘더 정교하다’고 말했습니다.

잔체스키 수사관은 특히 북한 해커들이 가상화폐를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로 변환하는 행위인 ‘체인 호핑 (chain hopping)’과 가상화폐를 수 백, 수 천 개 거래로 쪼개는 ‘필 체인(peel chain)’ 방식을 통해 자금 출처를 숨기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과 사이버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서 제재를 회피해 자금을 창출하는 주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지목해 왔습니다.

[녹취: 스피로 국장] “What we're comfortable saying, at present, is that North Koreans have stolen at least 1.5 billion U.S. dollars in cryptocurrency… So, it's far greater than other state actors in relation to that.”

미국의 블록체인 거래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제시 스피로 국장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2015년부터 5년간 적어도 미화 15억 달러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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