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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이어 러시아서도 밀가루 대량 수입…3년치 수입액보다 많아


북한 흥남부두에서 밀을 하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흥남부두에서 밀을 하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많은 양의 밀가루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영향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국제무역센터(ITC)가 공개한 러시아의 4월 무역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이 기간 740만 달러어치의 밀가루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습니다.

북한의 4월 한 달간 대 러시아 수입액이 966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밀가루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밀가루를 수입한 건 정확히 1년 만입니다.

지난해 4월 북한의 대 러시아 밀가루 수입액은 254만 달러로, 올해는 작년보다 약 500만 달러 늘었습니다.

북한은 2018년 한 해 러시아로부터 111만 달러어치의 밀가루를 수입했고, 2017년 수입액은 12만9천 달러였습니다.

지난 몇 년간 수입한 밀가루의 총 수입액을 합친 것보다 올해 4월 한 달간 수입한 액수가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밀가루 수입을 늘린 정황은 중국과의 무역 자료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해 북한이 5월 한 달 밀가루 등 곡물가루 제품 약 2만9천130t, 금액으로는 약 945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온 밀가루는 전체 수입품 중 두 번째로 수입액이 높은 것으로, 전달의 157만 달러와 비교해도 약 6배 늘어난 수치였습니다.

북한이 4월과 5월 각각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밀가루의 금액을 합치면 1천685만 달러에 달합니다.

앞서 국제 원조 기구 등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예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북한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국제보건 위기가 북한 식량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북한 주민 1천10만 명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북한에 2년 연속 불규칙한 기후와 가뭄이 이어졌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 원조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북한이 각종 농업 장비나 자체적인 비료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들여오지 못하고,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여파로 인해 올해 전체적인 식량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밀가루 수입 증가가 북한 내 식량사정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는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general population, if they can’t afford rice…”

일반 북한 주민들은 쌀을 구매하기 어려울 때 줄곧 옥수수를 대체 식품으로 소비하는 양상을 보여왔지만, 최근 옥수수 값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밀가루는 국수를 만들 수 있는 등 쌀과 옥수수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최근 평양 내 배급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도 주목하면서, 북한 당국이 평양 고위층 등에게 밀가루를 대신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북한의 러시아와의 교역은 밀가루 수입 증가의 영향으로 크게 반등했지만, 북한의 대 러시아 수출은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ITC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4월 러시아로 수출한 물품의 총액은 약 4천 달러로, 국경 봉쇄 직후인 올해 2월의 8천 달러보다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또 지난해 4월 북한의 러시아 수출액인 14만2천 달러에 비해서는 약 2.8%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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