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북한 평양에서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가로수가 쓰러졌다.
지난달 26일 북한 평양에서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가로수가 쓰러졌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큰물 피해에 더해 연이은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집권 이래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에 직면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역량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해 피해가 특히 심각한 황해도와 검덕지구에 군인들을 투입한 데 이어 함경남북도에도 1만2천 명 규모의 2개 ‘수도 당원사단’을 투입했습니다.

자신이 집권한 이래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자연재해로 알려진 이번 폭우와 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장은 수해 복구에 투입된 군인들과 당원들이 장비나 자재가 크게 부족해 오는 12월까지 피해를 복구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Building material, cement, money lack of resources..”

실제로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피해 복구 현장이 자주 나오는데, 불도저와 굴착기(포크레인)같은 중장비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수해와 태풍 피해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굵직한 국책사업들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당초 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 10일까지 완공하려던 평양종합병원, 삼지연군 건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큰물과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은 지난 10여년 기간 중 전례없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북한을 지원하고 있거나 도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조용히 도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부원장입니다.

[녹취: 전병곤 부원장] “북한이 필요로 하고 있는 물자들, 식량이나 에너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감지가 되고 있었거든요. 교류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물자나 트럭이 이런 게 들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재개되는 것도 있고요.”

반면 북한이 남한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13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그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수해를 복구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뛰어넘는 조치를 제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지원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Make a deal with nuclear business... “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9일 북한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일련의 도전들에 맞서 그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텔레비전에 비추는 수해 현장은 한 눈에도 처참한 상황입니다.

강원도 원산 시내는 물바다가 됐고 건물들은 물에 잠기고 교량은 한 가운데가 꺽였습니다. 해안가에 있던 건물은 지붕과 벽이 무너졌으며, 커다란 소나무는 뿌리채 뽑혔습니다. 또 농작물은 물에 잠겼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Definitely not something they need right now..”

북한은 아직 폭우와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전체적인 피해 내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부분적인 피해 보도를 종합하면, 우선 8월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3만9천 정보 (약 3만 8천 헥타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살림집(주택) 1만6천680여 세대가 파괴되고, 도로와 다리,철길이 끊어지고 발전소 둑도 붕괴됐습니다.

함경남도에서는 광산이 밀집된 검덕지구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검덕광업연합기업소와 대흥청년영웅광산,룡양광산, 백바위광산이 침수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 지역 2천여 세대의 살림집과 수 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됐습니다. 도로 6만m가 유실되고 다리 59개가 끊겼으며, 철길 노반과 레일이 유실되면서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앞서 지난 2007년 8월 북한 함경북도에는 300mm가 넘는 폭우와 함께 태풍이 불었습니다. 당시 피해가 집중된 곳은 회령시와 무산군, 연사군 등 6개 지역이었습니다.

유엔 산하기구들이 현지 조사를 거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와 실종자가 500명을 넘었습니다. 또 침수되거나 파괴된 가옥은 3만 7천여 채, 이로 인한 이재민 수가 12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해와 태풍 피해는 전국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피해는 2007년 당시 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수해 지역은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북강원도, 함경남북도를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김정은 집권 이래 가장 큰 피해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도 적어도 수 십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5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원산시와 강원도의 일꾼들은 형식주의, 요령주의를 부리면서 주민들을 빠짐없이 소개시키기 위한 사업을 바로 조직하지 않아 수 십여 명의 인명 피해를 내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시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김재룡 당 부위원장, 전 총리가 강원도에 가서 회의를 열고 원산시 사회안전 책임일꾼들을 처벌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반당행위로 몰아서…”

산업별로는 농업 부문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가 홍수에 이어 8호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어 9호 태풍과 10호 태풍이 강원도와 함경남북도를 휩쓸면서 옥수수(강냉이) 농사에 피해를 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옥수수 보다는 벼 농사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경제 제재 국면이라는 것은 농자재 공급이 원활치 못하다는 것이고, 코로나 상황으로 중국으로부터 농자재 수입이 원활치 않고 거기에 자연재해가 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년 생산량의 5-10%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464만t이었습니다. 따라서 10%가 감소될 경우 올해 수확량은 417만t 가량이 되는 겁니다.

북한이 발표는 안 하지만 어업 부문에도 상당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해안과 서해안 어촌에는 과거와 달리 개인 소유 목선이 많습니다. 이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중국에 넘기고 돈을 벌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태풍으로 많은 선박이 파괴됐을 것이라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윤 박사]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어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태풍이 왔을때 결박을 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태풍으로 인해 발전소, 전력망, 에너지, 통신, 철도, 도로,교량, 저수지,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도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와 복구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역량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