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에 장맛비로 인한 홍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아 전시 대비 비축 물자를 풀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음주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이 역대급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방문일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의 관행상 전날인 6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예비양곡을 해제해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세대별로 공급해주기 위한 문건을 제기할 데 대해 해당부문을 지시했고, 피해복구 건설사업에 필요한 시멘트 등 자재보장 대책 차원에서 소요량에 따라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분물자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7일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은파군에서는 연일 이어진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단층 살림집 730여동과 논 600여정보 즉, 180만평 정도가 침수되고 살림집 179동이 붕괴했습니다.

사전에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수해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 2015년 함경북도 라선시 수해복구 현장 시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대내매체인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LX570으로 추정되는 렉서스 SUV를 직접 운전하고 현지에 도착한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2015년 김 위원장이 직접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비행기를 운전하는 모습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차량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보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이 차량 운전석에 앉은 채 수행 간부들과 군 장성에게 대책을 지시하는 사진에선 차량이 타이어를 비롯해 흙탕물 범벅인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마중 나온 농장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웃음을 보이고, 물에 잠긴 살림집과 논밭을 바라보며 근심스런 표정을 짓는 사진도 실렸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수해가 진행 중인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의 이런 발빠른 행보를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사실상 전쟁 대비용인 예비물자까지 풀라고 지시한 것은 ‘애민 지도자’로서의 국정운영 모습을 보여주고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이어 폭우로 삼중고를 겪는 민심을 다독이려는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물자 이렇게 국무위원장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국무위원장 몫의 예비물자는 따로 있기 어렵죠. 왜냐하면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국가자원을, 전략물자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거지 김 위원장, 국무위원장 개인 소유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위원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결국 민심의 흔적이 역력하거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이 정무국 회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봉쇄한 개성 시민들에게 특별지원을 지시한 직후 수해 현장을 찾음으로써 민생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그만큼 북한의 수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긴 장마가 진행되면서 북한 당국은 6일 전국 주요 강과 저수지에 홍수경보를 내렸습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는 1년 치 강수량에 육박하는 비가 단 엿새만에 내리기도 했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 오후 3시까지 강원도 평강군에 854㎜, 금강군에 800㎜의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북한 주요 곡물 생산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에도 같은 기간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황해북도 장풍군, 평안북도 구성군 등에 600㎜가 넘는 비가, 평안북도 운산군과 황해남도 배천군에도 500㎜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의 서부지역 곡창지대의 피해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평안남도 온천, 중산, 남포, 대동, 평원 등 서해안 지대에 있는 큰 농장들이 제방을 넘은 바닷물에 잠겼다고 이야기가 들어오고 있고요. 그 쪽 농장들이 1년에 보통 전체 곡물 10만t 내지 15만t 생산하는 군이에요. 5~6개 군이 15만t씩 하면 60~70만t 피해를 보는 게 되거든요.”

전문가들은 전략예비물자는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기에도 풀지 않았기 때문에 현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북한 민심이 한층 흉흉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조충희 소장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국제사회 제재만 갖고 얘기를 했다가 코로나 봉쇄로 인해서 시장이 위축이 되는데다가 올해 농사에 명줄 거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근데 농사가 저렇게 비 때문에 피해를 받으면 그게 주민들이 체감하는 게 있으니까 좀 불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게 이러다가 다 죽는 것 아니냐,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냐 이런 말들이 주민들 속에서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수해로 인한 대규모 식량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에 수해까지 겹친 북한이 자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코로나19로 어렵고 수해까지 났어요. 그러면 이걸 북한이 자력으로 극복하긴 어려울 거에요. 그러면 결국 외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거고 그러면 국제기구가

나서서 활동을 하겠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북한이 문을 열 수가 있을 거에요.”

한국 기상청은 북한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에서 7일 비가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8일 오후 또는 9일부터 14일까지 또다시 연이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