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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또다시 '경제 목표 달성 실패' 인정…"80일 전투도 성과 기대 어려워"


10일 북한 평양에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선전물들이 세워져있다.
10일 북한 평양에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선전물들이 세워져있다.

북한이 장기간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 자연 재해 여파 등 ‘삼중고’ 속에 경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을 또다시 인정했습니다. 내년 1월 열리는 당대회에서 내보일 성과를 만들기 위해 80일 전투를 독려하고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제가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여러 국가적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보답을 하지 못해 면목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경제 번영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표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 중 흘린 눈물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 중 흘린 눈물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지난 8월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도 김 위원장은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편향과 결함이 있다며 전략 실패를 자인하고 새로운 개선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말에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선언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었습니다.

하지만 장기화한 대북 제재에다 올해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그리고 잇따른 홍수와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북한 경제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중국과의 무역액도 급감했습니다.

올해 1~8월 북한의 누적 대중 무역액은 5억1천35만 달러로, 2002년 같은 기간의 4억5천만 달러 이후 최저입니다.

미 농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더 줄어든 136만t 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지난 8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지난 8월 사진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8월 장마철 홍수와 9월 초까지 이어진 태풍의 영향으로 황해도, 함경도, 강원도 일대 등 북한의 곡창지대에 큰 피해가 발생해 식량난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제 사회 지원 없이 진행하고 있는 수해 복구 상황도 확인이 어렵습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발 계획들도 줄줄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평양종합병원입니다.

지난 3월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고 발파 버튼을 누른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까지 완공을 지시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병원 완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일 촬영된 평양종합병원 위성사진을 통해, 외장공사는 완료된 것으로 보이지만 내장 공사 상황은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와 국경봉쇄 조치로 마감재와 의료기구 수입 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몇 차례 연기 끝에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생일에 맞춰 완공을 지시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13일 VOA에, 신종 코로나 방역과 수해 복구가 북한 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됨에 따라 다른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For the tourist zone, the virus issue is affected.”

아울러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으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의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로 인해 북한 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새 국가전략을 제시할 내년 1월에 제8차 당 대회에서도 아무런 성과를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80일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군민연합집회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80일 전투에 적극 나서라고 독려하면서, 코로나 방역과 재해복구, 농업 수확량 증대, 산업 생산량 확대에도 사활을 걸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교수는 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력 동원은 북한이 자주 써온 방식이라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It’s disappointing because this is the technique North Korea has always been used towards the end of a plan.”

노동력 동원은 북한이 경제 개발 계획 말미에 늘 꺼내온 방식이기 때문에 실망스럽다며, 주민 모두를 각종 프로젝트에 투입해 노동을 시키지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은 지금 상황에서는 예정된 일정에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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