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실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이 6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혜실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한국의 새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방역 협력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민간단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물자 대북 지원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을 받는 북한 측 단체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서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30일 민간단체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물품에 대한 대북 반출을 승인했습니다.

이 단체가 승인받은 반출 품목은 소독약과 방호복, 진단키트 등 약 8억원, 미화로 약 67만 달러 어치입니다.

북한과의 신종 코로나 방역 협력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이인영 새 통일부 장관의 취임 후 첫 대북 반출 승인 건입니다.

통일부는 그러나 물품 지원을 받는 북한 측 단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31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측 물품 수령단체를 함구하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도협력 사업의 성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북한 측 계약 주체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명도 공개하지 않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공개 범위에 대해선 인도협력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단체와 협의하고 단체 의사와 자율성 등을 고려해서 사안별로 정해왔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조 부대변인은 방역용품의 대북 수송경로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협력기금 투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단체 측에서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 부분”이라며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민간단체의 반출 신청이 들어오면 북한 측과의 합의서 체결 여부, 재원 확보, 물품 확보와 수송경로, 그리고 분배 투명성 확보 등 요건에 대해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 3월31일과 4월 23일 각각 1억원 상당의 손소독제, 그리고 2억원 상당의 방호복 2만벌의 민간단체 대북 반출 신청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반출 승인을 받은 한국 측 민간단체 이름도 해당 단체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 분야 관련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 북민협 임원들과 만나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으로 민간단체 활동에 동행하겠다”며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장관이 새로 오면 무언가 새로 시작될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가 그대로 끝나버리고 마는 허탈감 같은 것은 절대 드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통일부가 인도적 협력 사업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물품을 받는 북한 측 단체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자칫 분배 투명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정권의 두드러진 태도 중 하나가 과거처럼 쌀이나 비료 등을 당국 간 차원에서 지원받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민간 차원의 지원도 전달 방식이나 품목, 수령단체의 이름 등을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통일부가 북한 측 수령단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장기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에 나오도록 명분을 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인도적 지원의 모니터링 문제는 지속적으로 나중에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당분간은 조금 정무적으로 현 시기의 타이밍을 북한에 적절하게 대화의 명분을 주고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그런 시기로 본다면 시기적으론 일단 모니터링에 너무 지금 집중할 시기는 아니라는 거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라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대북 지원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과거에도 인도적 지원을 했는데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투명성을 강조하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대북 지원의 원칙과도 같은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현 정부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그런 과정을 조금 생략하는 그런 접근을 하고 있는 듯 한데 그런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에 결국 성과로써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 청정국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통일부의 방역 협력 촉구에 응할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민간 차원의 지원엔 문을 열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다면 분배 투명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