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중국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올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북한이 주력하던 주문생산방식 수출이 감소하고 양국이 주고받은 물품의 종류도 크게 줄어드는 등 많은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의 의료용품 수입이 크게 늘어나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 5개 중 3개는 ‘주문생산방식(OEM)’으로 추정되는 제품들이었습니다.

특히 손목시계(시계 무브먼트)의 경우 3천548만 달러어치, 개수로는 2억1천12만 개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수출돼 전체 대중 수출품 중 1위를 차지했고, 속눈썹과 인체모형 제품은 각각 약 2천만 달러와 1천140만 달러의 수출액으로 3위와 4위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들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로 수출이 불가능해진 의류 등 섬유제품을 대체하려는 시도로 해석됐었습니다.

그런데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통해 올해 1~3분기 북-중 무역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들 품목들은 지난해에 비해 수출품 순위에서 많이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손목시계는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약 5분의 1로 줄어든 678만 달러로 3위로 내려앉았고, 속눈썹과 인체모형도 각각 210만 달러와 124만 달러의 수출액으로 각각 6위와 7위로 밀려났습니다.

이들 품목들은 전년도에 비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페로 실리콘’과 ‘전력’, ‘텅스텐’ 등 제품들과 순위를 뒤바꿨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손목시계와 속눈썹 등 중국이 원재료를 공급한 뒤, 이를 북한에서 생산하는 ‘역외가공’ 산업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지난달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역외가공 상품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북한 내 실업률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Definitely whoever was making these things is out of a job for now…”

누구든 해당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현재 직장을 잃었을 것이며, 이는 과거 대북 제재로 섬유 등의 수출이 중단됐을 때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화된 올해 1월 말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강경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29일 북한 강원도 원산시에 들어오는 차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요원이 소독하고 있다.

이후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북한과 중국의 무역 총액은 5억 3천 117만 7천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19억 5천 587만 달러에 비해 72.8%나 줄었습니다.

이와 함께 두 나라가 주고받은 물품의 종류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이번 자료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올해 9개월 동안 최대 무역국인 중국을 통해 수입한 품목은 총 1천75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556개, 대북제재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의 3808개에 비해 최대 2천여 품목이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각 물품의 수입량도 크게 감소했는데, 지난해 1~9월 100만 달러가 넘게 수입된 품목이 286개였던 반면 올해는 단 70개 품목만이 수입액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올해 1~3분기 가장 많이 수입된 품목은 대두유(5천242만 달러)였으며, 밀가루(3천547만 달러)와 설탕(2천552만 달러), 담배 대용물(2천202만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편 전체적인 대중 수입 감소 속에서도 북한은 최근 몇 개월간 ‘의료용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9월의 경우 북한은 주사기(바늘 제외) 661만 개, 금액으로는 342만 달러어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으며, 주사바늘과 체온계도 각각 166만 달러와 143만 달러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앞서 북한은 8월에도 전달인 7월까지 수입이 이뤄지지 않거나 수입액이 미미했던 체온계와 레이저기기, 의료영상진단기기, 의료용 가구 등을 대거 수입한 바 있습니다.

전체적인 북한의 대중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유독 의료용품의 수입이 급증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선 지난 3월부터 건설 중인 평양종합병원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