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평양 거리에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경제강국'을 건설하자는 선전화가 걸려있다.
북한 평양 거리에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경제강국'을 건설하자는 선전화가 걸려있다.

북한 당국은 2019년 연초부터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경제가 뚜렷하게 개선된 조짐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무역적자가 올해도 20억 달러를 넘어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민생활 향상과 사회주의 자립경제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입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로 전년도 교역이 반토막이 나자 전방위적인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겁니다.

실제로 국제무역센터(ITC)와 한국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7년 55억 달러에 달했던 북한의 교역액은 지난해 28억 달러로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수출은 2억 4천만 달러로, 31억 달러에 달했던 2015년 보다 90% 이상 줄었습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도 2017년 -3.5%에 이어 지난해 -4.1%로 2년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유엔은 연초부터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 380만 명에 대한 긴급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경고했고, 평양 등 주요 도시의 주택과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일부 대북 소식통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해제에 올인했지만, 회담 결렬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UC San diego)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미국에 제재 해제 양보를 거듭 촉구하는 북한 당국의 이런 모습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If the North Korean economy were really doing okay then why you know push the issue why try to force the United States to make concessions on sanctions if if the sanctions weren't a problem.”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해제가 막히자 북한 주민들에게 더욱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 데 대하여 강조하시었습니다.”

원료·자재·설비·제품의 국산화, 과학기술 위력 강화, 삼지연과 원산-갈마, 양덕온천지구 등 3대 관광지구 건설 총력, 군수 시설을 통한 민수품 생산을 독려한 겁니다.

또 외화난을 내부에서 충당할 목적으로 과거 자본주의 퇴폐 문화로 비난하던 술집과 노래방 등의 개업을 일부 허용하고, 평균 150~250달러에 달하는 손전화기(휴대전화) 단말기와 유심카드, 직불·선불 카드 결제를 확대해 외화로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경쟁적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와 농업의 ‘포전담당 책임제’를 공식화하면서 자율성을 통한 생산 확대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올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합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26일 VOA에, “제조업 성장률이 무역 부진의 충격으로 축적돼 음(마이너스)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교역 규모가 “전년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성장률은 -1% 혹은 그 이하가 될 것 같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북-중 무역은 올 1~10월까지 전년보다 14.8% 증가해 약간의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VOA에, 지난해 거의 최악이었던 북한의 경제가 올해 아주 약간 회복됐다며, 그러나 문제는 수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the main thing is the export, the level of exports are not near high enough to bring in the imports they need to bring in to build the economy.”

1~10월까지의 누적 적자액이 19억 달러에 달해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입을 가져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겁니다.

김 교수는 이달 초 언론 기고에서 “경제 제재는 무역과 외화 수입 충격에서 출발해 시장과 산업까지 타격을 미칠 수 있다”며 북한의 외환보유액이 앞으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다른 것으로 충당한다 해도 제재 누적 효과와 해마다 20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로 버틸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언젠가 외환 위기가 ‘시한폭탄’처럼 터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도 26일 VOA에, 북한의 외환 위기는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 “It could absolutely be. We wouldn’t know it till it happened is the problem.

그러나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제재를 통해 타격을 완화하는 요령도 터득하고 있다며, 북한의 안정을 비핵화보다 더 중시하는 중국이 지원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불안한 교역 상황에도 시장 환율과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한에서 통용이 활발한 위안화를 지원하며 통화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와 ‘포전담당 책임제’ 역시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한계 때문에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을 자주 오가는 중국 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VOA에, 중앙정부에서 요구하는 지나치게 높은 할당량과 자금 요구 때문에 많은 기업소와 농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각종 세외 부담과 충성자금 등 요구를 메우기 위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허다해 향후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선임연구위원은 물자 공급의 부재와 군대 등 특수기관에 우선하는 고질적인 체계가 포전담당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위원] “자본! 물적 토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거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란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게 원인의 하나입니다.”

조지타운대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유엔의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커 외화벌이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올해 태풍이나 가뭄 피해가 적어 곡물 생산이 소폭 감소에 그치고, 에너지는 수출 금지로 내수시장에 풀린 석탄과 화력발전소 설비 개·보수 등으로 상황이 약간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병연 교수는 올해 “농업 작황은 나쁘지 않았고, 외부 원조 덕분에 크게 변동하지 않았으며 눈에 띄는 건강, 보건 위기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일부 취약계층 중심으로 다소 악화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동호 원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 경제가 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밀매를 통한 수입원 창출, 인센티브 제도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국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조 원장은 북-중 접경 지역의 밀무역이 과거와 달리 현재는 자유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주민의 외화 보유액도 상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북한 관련 새 책을 펴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출판 기념회에서 김 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에 올인하면서 경제의 질적 전환을 시도해 제재에 버틸 체제 내구력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도의 경제성장은 현재 불가능하지면, 내부 동력은 확보한 상황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두 번이나 올라 미국 때문에 인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인민경제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고난의 행군’ 때처럼 굶주리기 보다는 시장과 돈, 수 백만 대에 달하는 손전화기를 사용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경제에 관해 고민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는 과거처럼 “번영”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며, 북한 수뇌부가 개혁개방을 위한 움직임과 기존 스탈린식 통치방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can't have both. So there, I'm thinking they're moving toward the market or they're trying to liberalize but they're big elements in North Korea, maybe Kim Jong Un maybe not and maybe not, who are resisting that change.”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며, 시장화와 자유화를 향해 가려는 변화, 이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 중에 어느 쪽에 속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의 효과는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며, 지금처럼 북한의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계속 앞서면 내년 북한 경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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