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베트남 동당역에 북한 인공기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지난 3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베트남 동당역에 북한 인공기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북한과 베트남이 노동단체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단체의 역할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베트남 등 국제 노조와 크게 달라 실질적인 노동권 개선으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베트남 관영매체들은 29일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노동총동맹(VGCL)과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응우옌 딘 캉 노동총연맹 위원장은 28일 북한의 주영길 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을 만나 민간업체에 대한 단체 협상과 노조원 훈련 등에 관해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응우옌 위원장은 또 관광과 농업, 건설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고, 주영길 위원장은 공업단지 내 노조 복지체계 신장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 삶의 질 개선에 대한 베트남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고위 관리가 노동자들의 복지와 권리에 관해 배우고 싶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각종 보고서에서 북한에 강제노동과 착취가 만연돼 있다며 노동권 보호를 촉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0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다양한 노동착취 문제를 자세히 지적하며 북한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을 지체없이 비준해야 한다”고 권고했었습니다.

ILO 관계자는 29일 VOA에 주영길 위원장의 발언이 흥미롭다면서, 1992년에 ILO에 재가입한 베트남으로부터 북한이 노동자 권익 노력에 대해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ILO 관계자] “It's basically an organization created by the employees or workers themselves to protect their rights because they mean a corporation or a government sometimes doesn't have the best kind of protections in place and only the employees that the workers themselves know exactly what protections that they want.”

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늘 최상의 보호 장치를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조합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가령 회사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노동력만 착취한다면 노동자들은 시위와 파업 등 다양한 법적 권리를 행사해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런 노조들이 연대한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 한국에는 민주노총이란 대표적 단체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트남노동총연맹도 국가기관이지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등 권리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내년도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평균 5.5% 올리기로 했다며, 이는 노동총연맹과 베트남 상공회의소, 정부 간 3자 논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을 대변하는 상공회의소는 2%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총연맹은 8.18%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인상 비율을 절충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노동자들의 월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지역에 따라 300만~442만 동, 미화로 135~192달러까지 오를 예정입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천 440억 달러에, 68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노동총연맹은 이런 고속성장 속에 노동자들이 물가상승 등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임금 인상에서부터 복지와 근로환경 개선, 권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그러나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의 역할은 노동자 권익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남부에 사는 북한 대학교원 출신 매리 씨는 29일 VOA에, 조선직업총동맹은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직장 통제기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리 씨] “북한 정권의 통제를 위한 것이지 노조처럼 인민의 이익을 위해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입당을 하지 못한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조직에서부터 통제를 받습니다. 노조와는 개념이 완전히 달라요.”

전문가들도 조선직업총동맹은 노동자 권익단체가 아니라 당의 사상교양 단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2016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직업총동맹 7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 기구의 정체성을 이렇게 교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주체 혁명의 새 시대, 영광스런 김정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직업동맹을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일색화된 사상적 선결체, 조직적 전일체로 당의 사상과 영도에 끝없이 충실한 수령결사옹위의 결정체로 만들며….”

이 때문에 조선직업총동맹 대표단의 베트남 방문은 노동자 권익 개선보다는 경제특구 내 외국 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단체협상 등 정부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방안을 배우는 데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에 따르면 북한은 베트남의 투자국 중 93위로 2012년 이후 신규 투자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5월 홈페이지에서 베트남의 대북 수출은 2016년 300만 달러, 2017년 730만 달러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50만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수입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682억 달러, 미국과 베트남의 교역은 589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