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일반 산업 분야는 물론 북한의 경제발전 정책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슬그머니 사라지는가 하면 강원도 원산의 갈마 관광지 사업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습니다. 

공식 명칭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었던 이 계획이 등장한 것은 2016년 5월이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중방]”인민경제 전반을 튼튼히 하고 나라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북한이 22년 만에 채택한 경제계획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계획은 북한의 핵심 경제정책이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 계획을 빠짐없이 언급했으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주요 의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지난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마지막으로 사라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경제계획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녹취: 중방]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북한 공식매체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사라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12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47분가량 시정연설을 했는데, 5개년 계획은 거론되지 않습니다.

또 그동안 최고인민회의의 주요 의제로 올라 진행 상황이 보고되고 토론이 있었지만, 올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의제에서 빠졌습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대북 제재로 5개년 계획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북한 당국이 슬그머니 간판을 내린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Three years into it sanctions, pretty sure he realized no way to meet the plan..”

차질이 생긴 것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뿐만이 아닙니다.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갈마관광지구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부터 추진해온 중요한 국책사업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이 관광지구를 빨리 완공하라고 지시했고, 그동안 4번 이상 공사 현장을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공사를 2019년 노동당 창건기념일 (10월10일)까지 마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6일 갈마관광지구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공사 완공 시기를 내년 4월로 늦췄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속도전으로 건설하지 말고 공사 기간을 6개월 간 연장해 다음해 태양절까지 내놓자…”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외화 부족으로 외국에서 내장재를 사올 수 없어 완공을 늦추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원산 갈마관광지뿐만 아니라 백두산 삼지연 건설도 연기됐는데, 노동력으로 벽돌을 쌓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내장,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할 수 없겠죠, 내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거죠.”

이렇듯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경제 여기저기에서 차질과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수뇌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국과의 무역이 크게 감소해 돈줄이 끊긴 겁니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데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24억6천만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51%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 수출은 붕괴됐다고 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2억2천만 달러로, 전년도(16억5천만 달러)에 비해 87%가 줄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이 거의 끊어진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20억 달러의 적자를 본 것을 의미한다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Most of China’s import or export plummeted almost 90%..."

분야별로 보면 광업 분야 상황이 심각합니다. 광물 수출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으로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통해 10억 달러가량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2월 중국은 안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석탄 수출로 먹고 살던 노동당 간부와 군부, 돈주, 광부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길이 막히자 북한은 밀수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석탄을 해상 환적 또는 원산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밀수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밀수출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의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남포항에서 약 300만 달러 상당의 석탄 2만6천t을 싣고 밀수출하려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된 데 이어 미국에 의해 압류됐습니다.

대북 제재와 외화 부족으로 중국에서 원자재와 부품 수입이 잘 안되면서 공장과 기업소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제철소인 김책제철소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를 중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로 인해 코크스를 수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공장이 잘 돌지 않는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서도 확인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평안북도 신의주 방직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만 한다”며 공장 관계자들을 질책했습니다. 

[녹취: 중방] “이 공장에서는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으로 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수출이 90%가량 줄어들면서 북한의 신흥 부유층인 돈주들도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돈주들은 그동안 중국과의 의류임가공과 광물 수출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어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수출길이 막히면서 큰 손해를 보거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돈주 대신 ‘빚주’라는 말도 나온다고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아시아 프레스'는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노동당 간부와 정부 관료, 군 장성 등 엘리트 계층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간급 당 간부가 그런대로 살려면 한달 생활비가 30-50 달러 가량 듭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직장 월급은 1 달러(8천원)가 안됩니다. 

따라서 당 간부들은 평소 돈주나 장마당 상인들로부터 뇌물이나 뒷돈을 받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경제난으로 돈주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자연 간부들도 수입이 줄 수밖에 없다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고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장마당도 장사가 안 되니까, 뇌물을 강제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죠. 북한은 뇌물이 대단한데, 기차역에 있는 사람은 기차표로 학교에 있는 사람은 입학으로 뇌물을 먹고..”

업친데 덥친격으로 식량 사정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북한 현지에서 식량 실태를 조사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는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 40%에 해당되는 1천만 명이 식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올해 북한의 1인당 하루 식량 배급은 300g으로 목표치인 550g에 훨씬 못 미친다며, 이는 전년보다 22%P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올해 힘든 보릿고개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5월에서 9월 기간이 춘궁기인데다 봄에 비가 적게 내려 보리, 감자 농사가 잘 안될 것이란 겁니다.

실제로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식량이 떨어진 ‘절량세대’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지사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RFA] “분배된 것을 다 소비해 버리고 먹을 곡식이 없는 세대가 많아졌습니다. 그것을 북한에서는 '절량세대'라고 부르는데요. 절량세대는 해마다 생깁니다. 하지만, 그건 6월 말이나 7월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금년은 4월 초부터 발생하면서 농장관리위원회에서도 많이 당황하고 있다는 정보가 많은 지역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계속되면서 북한경제는 점점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공장과 기업소는 돌지 않는데다 에너지난과 외화난, 그리고 식량난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교착 국면의 주요 변수이기도 합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 앞에는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충분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확보해 기존의 대미, 대남 강경 자세를 유지하며 버티기를 계속하면서 ‘새로운 길’로 가는 겁니다. 

이 경우 대북 제재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선택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미흡하고 내부 경제난이 심해질 경우 적당한 기회를 봐서 한국과는 4차 정상회담을, 그리고 미국과는 3차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입니다.

이 경우 북한은 비핵화에 발맞춰 제재를 풀고 경제를 살릴 수있습니다.

경제난이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