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둥 세관을 통과한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가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단둥 세관을 통과한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가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이 북한에 수출하던 정제유를 완전히 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아직까지 어떤 나라도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월 한 달간 중국이 북한으로 판매한 석유 관련 제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VOA’가 한국무역협회의 10월 북중교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코드’가 2710인 석유 관련 제품에서 실질적으로 정제유로 볼 수 있는 제품의 대북 수출은 모두 ‘0’으로 표시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가솔린과 항공 가솔린 등 다양한 종류의 정제유가 포함된 ‘2710-12’ 코드의 경우 전달인 9월 16만6천106달러가 수출액으로 집계됐었지만 10월에는 0으로 줄었습니다. 

또 중유 등 기타 석유관련 제품을 포함한 ‘2710-19’ 코드는 10월 한 달간 수출액이 약 24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실제 수출된 세부 내역에 중유는 없었고 대신 윤활유와 윤활 처리 그리스 등 대북제재와는 상관이 없는 품목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월23일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공고문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정제 석유제품을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라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제한 조치를 넘어 중국은 아예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안보리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75호를 통해 올해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북한으로 수출되는 정제유를 50만 배럴, 내년부터는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북한으로 유입되는 정제유를 점차 줄여온 모습이 같은 자료에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약 90만 달러와 107만 달러어치의 석유 관련 제품(2710-12)을 북한으로 수출했습니다. 이후 3월과 4월 이 금액이 600만달러로 높아졌고, 이후 5월과 6월에도 수출액이 각각 280만 달러와 44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적지 않은 양을 북한으로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7월부터 이 금액이 10만 달러대로 떨어진 이후 9월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중유 등 기타 석유관련 제품(2710-19) 역시 수출액이 790만 달러로 치솟았던 3월과 비교한다면 10월 수치는 당시의 3%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도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녹취: 틸러슨 국무장관] “Their fuel supply is already….”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20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이 생기고 있는 증거들을 갖고 있으며, 평양 내 일부 주유소가 문을 닫고,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한 긴 줄이 생기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원유 정제공장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적은 양의 원유만을 정제한다”고 전제한 뒤, 정제유를 외부로부터 수입하는데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유엔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10월 중국의 정제유 대북 수출이 ‘0’을 기록한 건 유엔 안보리의 제재 측면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you look at October…”

브라운 교수는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제유 양을 제한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 정제유 수입이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 세관이 허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이뤄지고 있고, 평양 내 휘발유 값 역시 오히려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으로 석유를 수출했던 또 다른 나라인 러시아의 대북 석유 공급량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러시아는 북한으로 수출됐던 석유 관련 제품의 금액과 양이 표기된 10월 북-러 교역 현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북한으로 얼마만큼의 석유를 북한에 공급했는지, 혹은 중국처럼 전면 중단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안보리의 정제유 제한 조치가 생기기 이전인 9월 한 달간 약 93만 달러어치를 북한에 판매했었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탈리아 대표부는 5일 ‘VOA’에 아직까지 어떤 나라도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안보리는 2375호를 채택하면서 매월 북한으로 유입된 정제유 양을 각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보고 시한은 매달 집계가 끝난 시점부터 30일. 정제유 제한조치 시행 첫 달인 10월의 경우 각 회원국이 10월1일부터 31일까지 유입한 양을 30일 이내, 즉 11월30일까지 보고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이행한 나라가 없습니다. 

물론 러시아를 포함한 대북 석유 수출국들이 실제로 북한으로 정제유를 판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0월 수출액이 ‘0’을 기록한 중국처럼 다른 나라들도 같은 상황이라면 굳이 대북제재위원회에 정제유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러시아 등이 정제유를 판매했다면 이는 안보리의 기한을 어긴 것이 됩니다. 

안보리가 정한 기한을 지키지 않는 건 국제사회에서 종종 목격됐던 일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결의 2321호가 북한산 석탄 수입량에 상한선을 뒀을 때에도 첫 보고 시한이었던 올해 1월 말까지 이를 지킨 나라는 없었습니다. 당시 북한산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했던 중국은 시한을 보름이나 넘긴 2월17일에 첫 보고를 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