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북한 평양의 택시.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한 호텔 앞에서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북한의 기름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평양의 휘발유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기름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서훈 국가 정보원장은 지난 15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내 기름값이 지난달 최고 2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1만5천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 봄 휘발유 가격이 kg당 6천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겁니다. 

일본의 대북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도 북한의 기름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1kg당 1만6천원, 경유는 9천-1만원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6월 초에 최고로 올랐는데 북한 돈으로 2만2천원이었는데, 지금은 좀 내려서 6월18일 한 리터당 1만4천500원이라는 정보가 북한 내부 취재 협조자에게서 들어왔습니다.”

북한의 빡빡한 기름 사정은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4월부터 6월은 모내기 기간으로 농기계를 돌리려면 경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경유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올해 적들의 극악한 제재 책동으로 말미암아 연유 사정이 긴장하고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써레치기(써레질)를 앞세워야 한다.”

북한의 기름값 상승은 3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AP 통신'은 4월14일 평양 발 보도에서, 평양의 휘발유 가격이 3월에 비해 14% 급등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평양 시내 연유판매소(주유소)를 대상으로 휘발유 가격을 직접 조사한 결과, 연초까지 가격 변화가 없다가 2월에 소폭 내린 뒤 3월에 급등해 이달 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통신은 북한에서는 주유소에 가기 전에 먼저 휘발유 표를 사야 하고, 판매 단위도 리터가 아니라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15kg짜리 휘발유 표 가격이 12 달러로, 2월보다 2 달러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또 4월22일 주유소들이 기름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평양 시내 주유소는 4월19일부터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소속 차량에 국한해 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주유소도 있고, 영업하는 주유소에는 평소보다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평양에 주재하는 서방 외교관도 기름값 폭등이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은 5월1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주유소에서 1kg당 70 센트 하던 기름값이1달러 30 센트로 85% 이상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기름 판매를 10-20 리터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름값이 오른 배경에 중국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10-15% 정도 줄여 기름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Cut back of oil 10-15% and China did do that it could trigger emergence some supply shortage…”

특히 북한은 4월 19일부터 주유소에서 기름 판매를 제한했는데,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일본 민영방송 `TBS'에 따르면 북한은 4월18일 중국에 이틀 뒤인 20일에 핵실험을 하겠다고 사전 통고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수뇌부는 북한의 핵실험 통보 사실을 미국 백악관에 전달하는 한편 북한에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이 와중에 평양의 기름 값이 급등했다는 겁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직접 모니터링을 못하니까 알 수는 없지만, 국경봉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도 석유류 제품들의 방출을 줄이고 비축을 늘리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석유를 둘러싼 북-중 갈등은 두 나라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4월12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붉은 선 즉,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기름 가격이 올라가면 수송비도 덩달아 올라 자연 물가가 오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민간인이 운영하는 ‘써비차’ 요금은 올랐지만 아직 장마당 물가와 환율에 변동은 없다고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쌀값 옥수수 값, 고기나 먹을 음식은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자 북한은 러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석유를 비롯한 러시아의 대북 에너지 수출은 3천141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33% 늘었습니다. 다시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러시아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었는데, 러시아 비중을 1분기에 100% 이상 늘리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석유제품 수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입 루트를 다원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부족한 석유를 충당하려 하자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일부 지원을 중단하면서 그 빈자리를 러시아가 채우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틸러슨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북 제재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자주 논의하고 있으며 자신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틸러슨 장관] “North Korea is among our top issues items that I speak to foreign minister Lavrov...”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6월1일 북한에 100만 달러 상당의 석유제품을 공급한 혐의로 러시아의 IPC와 ‘NNK 프리모르네프테 프로덕트’ 등의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북한과 거래한 러시아 기업과 개인이 대북 제재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