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북한은 올해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와의 대립과 갈등을 이어갔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북한에 대해 다양한 제재와 인권 개선 압박으로 대응하고 나선 가운데 미-북 관계와 남북관계는 냉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VOA는 2016년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움직임을 다섯 차례로 나눠 되돌아 보는 연말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순서로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제일국사로 내세웠습니다.

[녹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나라의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 5월 36년 만에 개최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인민경제 모든 부분에서 최대의 성과, 최고의 비약을 이룩하고…”

하지만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북한 당국은 지난 1월과 9월 두 차례의 핵 실험과 수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 핵무장에 대한 집착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주민 대부분은 더 이상 북한 당국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 전국 공식시장 현황과 사회변화’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시장은 12월 현재 404개에 달합니다. 대북제재 속에 지난 10월 추정된 공식시장 수 398개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북한개발연구소 김병욱 소장은 이 같은 시장의 확대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시장경제를 알아가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 습성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병욱 소장 / 북한개발연구소] “모든 것이 많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죠. 상인 수가 늘어난 것들, 상행위가 발전한 것들, 어쨌든 현 체제에서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회주의체제 인식, 습성 이런 데서 많이 벗어나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열린 북한경제연구자 대토론회에서 북한 내 시장의 증가에 따라 비공식 경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우리식 사회주의’ 도입으로 경제운영의 분권화를 확대함으로써 북한 시장 내 ‘가격자유화’와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비공식적으로 일정 부분 이뤄졌고 이에 따라 북한 내 시장의 확산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가격자유화’란 정부가 지급해온 보조금을 없애고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에 있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 ‘가격자유화’입니다.

북한은 가격자유화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단계적으로 가격을 현실화했습니다.

여기에다 일단 북한 내 생산수단의 사유화, 더 정확히는 생산수단을 국가로부터 임대형태로 빌려 운영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허용되면서 생산성이 증가하고 자본가가 등장하게 됐으며 ‘돈주’의 등장과 함께 이들이 북한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세력이 됐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생산을 독려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생산 단가가 100인데 7.1 조치 이전에는 80으로 팔아라 국가가 정해놨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20은 국가가 보조금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 가내수공업이든 서비스 산업이든 이런 생산의 동기가 되는 시스템이 지금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요.”

정형곤 연구위원은 이어 최근 북한 내 일고 있는 사치품 소비는 이중환율제와 이중가격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달러를 갖고 있는 북한 주민이 암시장에서 환전을 하면 많은 북한 원화를 가질 수 있고 이는 소비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달러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임강택 선임연구위원도 시장의 확대와 ‘돈주’의 출현으로 최근 북한 내 양극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여전히 다수의 취약계층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강택 선임연구위원 / 한국 통일연구원]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어서 잘 사는 사람들, 여유 있는 그룹들의 소비는 계속 고도화되고 사치 수준이 증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쪽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그룹들 역시 취약계층으로 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이라고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생산수단의 사유화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수송 분야의 사유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결국 북한의 시장화가 생산력 증대에 의한 것이 아닌, 유통과 대외무역에 의한 시장화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시장화를 활용해 민간의 생산과 유통 등을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재정수입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통일교육원 차문석 교수는 최근 북한 당국이 현재 공식 시장에서 하루에 거둬들이는 장세, 즉 시장 사용료가 북한 원화 기준으로 14억~1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개발연구소 김병욱 소장은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시장 활용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체제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병욱 소장 / 북한개발연구소] “장사 맛본 사람들은 벌써 집단의식보다는 개인의식을 중시하게 되고 계획경제보다는 시장경제 쪽 선호하게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통제하기 어렵거든요. 국정운영 자체가 많이 약화되는 쪽으로 나가죠.”

여기에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외부 세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하고 특히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경제개발구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해외 자본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통일연구원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은 하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 찾기 전까지는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만큼 북한 경제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임강택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미국 등과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타협을 하든지, 중국과의 양자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모색하든지 아니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든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