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항을 찍은 지난 10월 3일자 구글어스 위성사진. 3척의 선박이 석탄을 싣고 있다.
북한 남포항을 찍은 지난 10월 3일자 구글어스 위성사진. 3척의 선박이 석탄을 싣고 있다.

석탄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 10여척이 중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한 채 공해상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근해에서는 평소 포착되던 20여척의 선박이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석탄을 수출입하는 항구로 알려진 중국 산둥성의 란샨 항.

이 항구에서 약 20km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우리스타’ 호와 ‘민해’ 호, ‘만정 1’ 호, ‘빅토리 2’ 호 등 북한 선적 혹은 북한 항구만을 오갔던 사실상의 북한 선박 4척이 머물고 있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트래픽 (MarineTraffic)’에 따르면 이 중 ‘우리스타’와 ‘빅토리 2’ 호는 한반도 시간으로 각각 11일 밤과 12일 새벽부터, ‘민해’와 ‘만정 1’ 호는 13일과 14일부터 같은 자리를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석탄 등 광물을 실을 수 있는 벌크 선으로, 지난 몇 년 간 란샨 항처럼 중국 내 많은 양의 석탄이 야적된 항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었습니다.

중국 산둥성의 란샨 항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점에 나흘 째 머물고 있는 ‘빅토리 2’ 호. ‘마린트래픽’ 지도에는 한 자리를 수 차례 맴도는 형태의 항적이 나타나 있다.
중국 산둥성의 란샨 항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점에 나흘 째 머물고 있는 ‘빅토리 2’ 호. ‘마린트래픽’ 지도에는 한 자리를 수 차례 맴도는 형태의 항적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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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들 선박은 현재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란샨 항을 눈앞에 두고 입항하지 못한 채 길게는 나흘 째 공해상에 떠 있습니다. 

란샨 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르자오 시의 한 항구 앞 약 13km 지점에도 북한 선박 ‘금송’ 호가 14일 새벽부터 머물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펑라이 항 앞바다에는 북한 국적의 ‘남포 9’ 호와 ‘자모산’ 호가 11일 밤부터 멈춰 있는 모습이 관측됐고, 남포 항을 출발지로 한 ‘진롱 1’ 호와 ‘태안’ 호 등은 또 다른 항구인 시다오 항 앞바다에 각각 12일과 13일부터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장진강’ 호와 ‘금송 5’ 호, ‘금산’ 호 등도 롄윈강 항과 다이롄 항, 친황다오 항 앞 해상에 이틀에서 사흘째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 선박은 대부분 같은 자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마린트래픽’ 지도 상에서는 항적이 한 자리를 수 차례 맴도는 복잡하게 꼬인 형태로 나타나 있습니다.

선박이 항구 입항을 앞두고 하루나 이틀 공해상에 대기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최소 12척의 북한 선박이 한꺼번에 장시간 머무는 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입항을 앞둔 이들 선박들은 란샨 항 앞바다에 있는 선박들과 같은 벌크 선으로, 위성지도 확인 결과 목적지가 대부분 검은 물체가 가득 쌓여 있는 중국의 ‘석탄 취급’ 항구들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현상이 중국 정부의 결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 입항을 앞두고 오랜 기간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간 사례는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직후에도 목격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안보리는 총 31척의 선박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유엔 회원국 입항을 금지시켰는데, 일부 대상 선박들이 중국과 러시아 바다에 열흘 가까이 떠있다 북한으로 뱃머리를 돌린 겁니다.

한편 북한 선박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북한 영해에서도 관측됐습니다.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 직전까지 남포 등 북한 항구에는 북한 선박을 포함해 다양한 선박들이 포착됐지만, 현재 북한 항구에는 단 한 척의 선박도 ‘마린트래픽’의 지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평소 20여척의 선박의 신호가 포착됐던 남포 항 역시 깨끗한 상태입니다. 이는 선박들이 일제히 선박자동식별장치 즉, AIS 송신기를 껐거나, 석탄 수출길이 막힌 선박들이 운항을 전면 중단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 2270호 채택 당시에도 제재 선박들은 AIS를 일제히 끈 상태로 운항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