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주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주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개통할 정도로 기술이 앞서고 있지만, 북한은 4세대(4G LTE) 서비스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민간단체가 밝혔습니다. 북한이 남북협력을 통해 4G가 아닌 5G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5G 아메리가”가 최근 전 세계 4G LTE와 5G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와 업체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1월 현재, 전 세계에서 4세대(4G LTE) 서비스는 667개 업체, 5세대(5G)는 52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한국은 3개 업체가 모두 5G 통신망을 시작해 세계 선두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는 한국과 중국, 호주, 뉴질랜드, 몰디브 등 5개국에서 10개 업체가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은 SK텔레콤과 KT, LG 유플러스 등 3개 업체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5세대는 물론 4세대 통신망도 전무하다고 이 단체는 밝혔습니다.

북한의 손전화-이동통신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3세대 통신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스마트폰(지능형 손전화기) ‘푸른하늘’에 4G LTE 수신 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지만, 4G 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학 박사인 이정진 KT 개성지사장은 VOA에, 단말기에 4G 기능을 넣는 것과 실질적인 서비스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진 지사장] “4G 서비스 여력이 그렇게 안 될 겁니다. LTE 기능을 탑재한 핸드폰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서비스를 하려면 LTE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다 바꿔야 하거든요. 무지무지하게 많은 (금전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정황도 발견한 게 없고, 북한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4G 통신 시설을 구축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힘듭니다.”

전문가들은 4세대나 5세대 이통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장비 교체 등에 엄청난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남북 협력이나 외부 투자가 없는 한북한이 조만간 3세대 방식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김 기자와 함께 최근 국제 손전화기 추세와 북한 내 실태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3G, 4G, 5G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기자) 각 숫자 뒤에 붙는 G는 ‘세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 Generation의 약자입니다. 손전화기 역사는 1세대에서 시작해 현재 5세대까지 발전했습니다. 1세대를 뜻하는 1G는 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2G는 디지털 초기 방식으로 문자 서비스와 카메라 기능, 3G부터는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상 통화도 가능해진 겁니다.

진행자)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바로 3G란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단말기 안에 SIM, 유심칩을 넣는 방식인데, 고려링크와 강성네트, 별 등 3개 통신업체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으로 450만 명, 600만 대의 회선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4G와는 속도에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전송에 걸리는 속도가 10~50배 가까이 차이가 있죠. 가령 3G에서 2G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받으려면 적어도 10분 이상이 걸리지만, 4G는 1분 안팎이면 가능합니다.

진행자) 그럼 5G는 특징이 뭔가요?

기자) 초광대역(eMBB), 고신뢰-초저지연(URLLC), 대량연결(mMTC)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초광대역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1초에 100Mb에서 최대 20GB까지 가능합니다.15GB 규모의 고화질 영화 1편을 다운로드 하려면 최신 4G는 적어도 200초 정도 걸리지만, 5G에서는 6초면 가능합니다. 고화질 영화를 다운로드 받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끊기지 않은 채 볼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고신뢰-초저지연은 뭔가요?

기자) 자율주행차량이나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같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반응 속도가 필요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정진 KT 개성지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이정진 지사장] “5G는 무인자동차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이죠. 어느 순간에 연결이 끊어지면 끝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초연결성이 있습니다. 또 대역폭이 훨씬 커지니까 5G로 간다는 것은 속도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산업에 적용한다는 거죠. 사물 인터넷(IoT), 제조업에 5G 기술이 무선으로 들어가 사람 없이 여러 기계를 제어하고 인공지능을 접목 시킬 수 있죠. 그래서 5G로 가려고 전 세계 국가들이 경쟁하는 거죠.”

진행자)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란 의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 제곱km 당 1백만 개의 기기들을 연결하는 대량연결(mMTC)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인 겁니다. 이달 초 미 서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 등장한 신제품들을 보면 5G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행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행사 관계자] “Oh there's so much going on in 5G. We've got tablet devices for agricultural use where you can use a drone and control the drone and look at your livestock…”

가령 북한의 농촌은 지금도 기계화가 아니라 사람과 소가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은데요. 5G는 단순한 기계화가 아니라 손전화기나 태블릿(판형컴퓨터)으로 드론-무인기 등 다양한 기계들을 원격 조종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종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주인이 명령만 내리면 작동하기 때문에 농촌이나 공장의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은 대량화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과학화·현대화를 상당히 강조하는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5G 기술이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도 그래서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문제는 이런 기술이 의지와 국산화로만 되는 게 아니란 겁니다. 많은 국제 기술 교류와 협력, 전문 인력과 자본 확보, 대대적인 투자가 반드시 있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정진 지사장은 북한 당국이 이런 것들을 착실히 준비해 4G가 아니라 5G로 바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진 지사장] “뒤늦게 큰 비용을 들이고 LTE 쪽으로 투자했다가, 그래도 기술 수준이 못 따라가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5G로 바로 투자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죠. 그 비용이면 북한도 AI니 빅데이터 연구하고 있는데, 5G로 갔을 때 결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갈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 뒤늦게 LTE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죠.”

이 지사장은 한국 정부의 협력 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이 호응하면 5G, 관련 단말기 제조 등을 통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 개선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영권 기자와 함께 5G통신망에 관한 국제 추세와 북한 손전화기 실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