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 언론을 초청해 태평양전쟁 말기 북한에 있다가 사망한 일본인 묘지를 공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북 관계가 풀리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태평양전쟁 말기 북한에 있다가 사망한 일본인 묘지를 일본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근교의 일본인 묘지 두 곳과 유골 등을 `교도통신’과 일본 방송에 공개했습니다.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묘지에 일본인 2천500명의 시신이 묻혔다며, 종전 후 일본인이 만든 ‘용산묘지’를 나중에 도시 정비를 위해 이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일본 정부에 유골 반환을 위한 공동작업도 제안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부터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에 이어 올 2월에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고, 4월에 평양을 방문한 일본의 민간 방북단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한 언론인이 밝혔습니다.

[녹취:일본 언론인] “올 4월 달에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행사가 평양에서 있었는데 당시 일본의 민간 방문단에게 북한의 송일호 일-조 교섭담당 대사가 유골 반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이즈미 하지메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즈미 하지메 교수] “김정은 체제는 일본과의 관계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인 유골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평양의 거듭된 관계 개선 신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다시 익명을 요구한 일본 언론인의 말입니다.

[녹취:일본 언론인] “일본 정부도 북한의 메시지를 받고 있겠지만 지금은 보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정부 입장은 북한과의 관계는 먼저 납치 문제가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골 문제를 먼저 진전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면 유골 문제 대신 납북자에 대한 공동조사를 재개하는 것이 순서라고 이즈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즈미 하지메 교수] “2008년 8월에 일본과 북한간에 합의된 것이 있는데, 먼저 북한에서 납치 문제 조사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납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일-북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일-북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15명을 납치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이후 피랍된 일본인 가족 5명을 일본으로 송환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즈미 교수는 납치 문제를 둘러싼 일-북 양측의 입장차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이즈미 하지메 교수] “9월 달에 일-조 평양선언 10주년이 되니까, 그 때 양측에서 관심이 좀 생기겠지만, 그러나 그에 기초해 관계 개선 움직임이 생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만경봉호를 비롯한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을 금지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