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중국 베이징의 한국 영사관에서 기다림에 지쳐 이탈했던 일부 탈북자들이 최근 한국에서 하나원의 교육 과정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머물던 탈북자들은 아직도 베이징의 영사관 지하에서 몇년 째 출국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는7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지난 해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을 이탈했던 탈북자 중 일부가 최근 한국 하나원에서 출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단체 간부]: “그 (베이징 주재 한국영사관) 중에 나왔던 탈북자 중 일부가 하나원에서 나와 일반 집을 받아서 살고 있습니다.”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는 지난 해 여름 한국행을 기다리던 탈북자 17명 가운데 12명이 2-3년 이상으로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여러 차례에 걸쳐 영사관을 이탈해 한국행을 시도했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탈북자 지원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해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에 걸쳐 당국의 조사와 하나원을 수료한 후 지난 주 한국사회에 나왔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탈북 여성은  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천신만고 끝에 한국사회에 정착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성은 그러나 베이징의 한국 영사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탈북자들에게 영사관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 적어도 수 백 명의 탈북자가 중국 내 외교공관을 통해 한국에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탈북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용한 외교 속에 중국의 한국 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행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7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베이징과 선양, 상하이, 칭타오 주재 한국 영사관에 적어도 11명의 탈북자들이 대기 중이라며, 이 가운데 국군포로 가족이 9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 도 지난 6일 베이징과 선양, 상하이 등 3개 한국 영사관에 탈북자 10여 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5-6 명이 베이징의 한국 총영사관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특히 국군포로의 딸인 백영옥 씨가 미성년자인 딸과 아들과 함께 베이징 영사관에서 3년째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고 있고, 선양영사관에도 미성년자 1-2 명이 3년째 머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지난 해 탈북자들이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을 이탈할 때 남았던 탈북자들이 대부분 국군포로 가족들이었다며, 이들이 아직도 출국비자를 받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한국 외교공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 해 4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오랜 대기 기간에 지친 일부 탈북자들이 영사관 내 집기를 부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종종 사고가 발생해 영사관 직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통상부 공보담당관실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탈북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신변안전과 송환 교섭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중국 내 탈북자 문제가 최근 한국사회에서 현안으로 부각되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김수권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7일과 8일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 당국자들과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고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협상이 아닌 면담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책과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