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는 외자 유치에 대해 말과 행동을 일치해야 진정한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로저 헬머 유럽의회 의원이 말했습니다. 유럽의회 한반도 관계 대표단의 일원인 헬머 의원은 북 핵 문제와 관련,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북한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하는 헬머 의원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문) 헬머 의원님 반갑습니다. 4일 열린 한반도 관계 대표단 정례회의에 참석하셨는데, 어떤 의제들이 논의됐습니까?

답) 많은 사안들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6월에 평양과 서울을 방문하는 계획에서부터 북 핵 문제 등 6자회담과 인권에 대한 우려 사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특히 유럽의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외자 유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갔나요?

답)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정부가 최근 북한에 투자한 한국 현대아산의 부동산 등 자산을 몰수,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3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취하면서 외자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괴이한 상황이죠. 외부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고 말하면서 투자기업에 겁을 주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가겠습니까? 많은 의원들이 이런 제 의견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북한 관리들에게 이런 모순을 알리고 긍정적인 조처를 취하도록 권고해야겠지요.

문) 북 핵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하셨는데,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데요, 어떤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답) 왜 북한의 지도자가 베이징을 방문했는지 목적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중국에 대한 북한 정부의 지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겠죠. 왜냐하면 중국이 요즘 북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있으니까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마도 중국 측에 6자회담 복귀를 준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힐 수 있을 겁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술수(gamesmanship)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문) 술수라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답) 북한 정부는 과거 여러 해 동안 상대방을 비난하며 대화를 거부하다가 보상과 원조에 대한 대가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좋다. 비핵화 과정에 참여하겠다” 이렇게 말하며 몇 달 동안 협상에 임하죠. 하지만 다시 상대를 공격하며 협상장을 떠납니다.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북한 정부는 이런 자세를 거의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6자회담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얘기한다면 또 하나의 수입을 위한 술책일 수 있는 것이죠.

문) 북한 정부가 전략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중국 정부의 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제가 처음 이 사안에 개입했을 때는 중국이 북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 가서 관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중국이 북한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너무도 무책임하고 위험한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두 가지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 등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오는 불안정한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중국이 남북통일을 지지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경제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는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 해,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과 국경을 바로 마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중국은 이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 정부가 자신들을 당혹스럽게 해도 북한의 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고 봅니다.  

문) 한국의 천암함 침몰 사건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조사 결과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헬머 의원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답) 제가 보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매우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봅니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은 채 상황을 잘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침몰 원인을 밝혀낸 뒤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거죠. 천안함이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은 것은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조사단에 다른 나라들을 참여시킨 것은 매우 현명한 조치라고 봅니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날조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에 객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 밝혀질 경우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군사적 조처는 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지역 불안정을 야기해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제재는 이미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제재를 찾기가 사실상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달에 서울에서 한국 관리들을 만나 적절한 대응 방안에 대해 대화를 가질 예정입니다.

문) 앞서 한반도 관계 대표단 회의에서 인권 문제도 중요하게 논의됐다고 하셨는데, 마침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 “예 최근에 저희 한반도 관계 대표단과 인권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 사안에 관해 회의를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권 개선은 어려운 과제지만 저희 유럽의회가 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 하나로 북한인권 보고서 형태의 결의안 채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유엔 등 여러 기구들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부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권 개선 압박과 인권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더 알리는 차원에서 보고서를 적극 추진할 겁니다. 한반도 관계 대표단과 인권소위원회 의원들 사이에 이 보고서가 실용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데 큰 공감대가 이뤄져 있습니다. 앞으로 보고서 논의 과정에서 형태와 내용을 놓고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