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BC 방송이 북한의 최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4월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이 방송 제작진을 초청한 북한 당국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선전하려 애썼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초라한 북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가면 속의 실제 북한주민들의 삶 엿보기’라는 제목의 특집기획을 방송했습니다.  

이번 기획물은 지난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북한의 초청을 받은 BBC 방송이 제작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제작진에게 김 주석 생일 축하행사 관련 장면과 시범농장과 시범마을, 시범 주택 등 외부세계에 선전하고 싶은 것만 촬영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북한의 초라한 현실이 동영상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시골에 있는 북한의 농장을 보고 싶다는 제작진의 요청에 북한 당국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를 몰았습니다. 가는 길에 있는 황폐화된 마을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선택해 제작진을 데리고 간 협동농장에서도 기계로 농사를 짓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단 한 대의 트랙터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제작진의 말에 북한 당국자들이 급하게 가져온 트랙터에는 유럽연합 국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제작진을 안내하던 북한 당국자는 유럽연합 국기를 가리려고 애를 쓰다가 제작진에게 들키자 트랙터 운전기사에게 빨리 다른 곳으로 가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장마당은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장마당에 다녀오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막으면서 북한 내에는 장마당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장마당을 직접 둘러보고 온 제작진은 장마당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산 농산물과 축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을 뿐 아니라 중국산 전자제품과 의류, 신발 등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고 정부의 일일 배급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10년 넘게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북한의 폐쇄적인 모습도 그대로 담겼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북한경제가 현대화 되는 새롭고 높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정보기술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작진을 평양대학교 전자도서관으로 데려갔지만, 북한 최고의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그 곳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고, 학생들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대학 외국어학과의 한 학생은 존경하는 해외 인물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 이름을 말했을 뿐, 전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BBC 방송 제작진이 찾은 한 학교의 어린이들은 `외부세계에 대해 부러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그 같은 선전 내용을 믿을 것으로 북한 당국이 생각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북한은 아직도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