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1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6•25전쟁은 미국이 도발한 전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자료를 통해 본 조선전쟁 도발자의 정체’란 글에서, “조선전쟁은 미제가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제패를 위한 첫 걸음으로 도발한 전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몇몇 근거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발간된 ‘전쟁, 대답없는 질문’이란 제목의 책을 인용해 당시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이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에게 “북조선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유엔을 통해 도와주겠다고 시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에 대한 좌파적 시각으로 잘 알려진 미국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 조차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커밍스 교수] “AMERICANS CLEARLY HAD TOLD SEUNG-MANN RHEE..

당시 미국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대북 도발을 하지 말도록 분명한 입장을 밝혔었다는 겁니다.

지난 1981년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을 펴냈던 커밍스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먼저 공격했다는 북침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커밍스 교수] “THERE IS NO EVIDENCE THAT SOUTH KOREA INVADED..”

남한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북한을 침공했다는 북침설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25 전쟁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세 가지 견해가 있었습니다.

우선 소련과 중공의 팽창주의 정책에 따라 한반도를 공산화하기 위해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전통주의 이론이 있습니다.

또 다른 것은 북한이 주장하는 북침설로, 남한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북한을 공격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수정주의 이론으로, 6.25전쟁은 1930년대부터 시작된 한민족 내부의 좌우 갈등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북침이냐 남침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1990년대 공산권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북침론은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특히 1994년6월 당시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에게 비밀로 분류됐던 옛 소련의 문서들을 넘겨주면서 과거 베일에 가려졌던 6.25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서강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안찬일 교수입니다.

[녹취: 서강대 안찬일 교수] “옐친은 자유주의적인 지도자로 김영삼 대통령에게 6.25와 관련된 모든 문서 즉, 스탈린의 밀약과 중공군의 참전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줘서 6.25가 철저하게 준비된 남침이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러시아가 넘겨준 3백 여종의 문서에는 1949년부터 1953년까지 소련 외무부와 북한 외무성간에 오간 외교 전문과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록 등 한국전쟁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극비자료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김일성은 1949년 3월5일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을 만나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스탈린은 당시만 해도 남침을 허락하지 않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50년 2월9일 스탈린은 북한의 남침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스탈린이 50년5월14일 마오쩌둥에게 보낸 외교 전문에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통일에 착수하자는 조선인 (북한)들의 제창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어 50년 5월29일 김일성은 슈티코프 당시 평양주재 소련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소련이 지원한 무기와 장비가 모두 북한에 도착했다”며 “6월까지 완벽한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북한 인민군이 6.25 개전 당시 소련제 T-34 탱크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진격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소련은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51년3월에는 북한에 2개 항공사단과 트럭 6천 대를 제공했습니다.

이렇듯 소련의 비밀문서가 대거 공개되면서 전세계 학계에서 6.25는 ‘김일성이 기획하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후원한 전쟁’으로 이미 결론이 난 상태라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윌슨센터의 로버트 헤서웨이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윌슨센터 로버트 헤서웨이 연구원] “KOREAN WAR WAS PROVOKED BY KIM IL-SUNG…

북한 전문가들은 공개된 공산권 문서 외에도 6.25가 남침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쟁 발발 사흘만에 서울이 북한 인민군에 점령된 것은 6.25가 남침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는 겁니다. 다시 안찬일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서강대 안찬일 교수] “만약에 남한이 먼저 침략을 했다면 평양을 점령했겠지만, 당시 남한은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반면 북한은 철저한 준비와 기습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3일만에 서울을 점령하는 결과를…”

브루스 커밍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6.25전쟁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