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서울역 대기실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서울역 대기실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간추려 전해드렸는데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정리한 박형주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 취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소개해 주실까요?

기자)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일종의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꼭 해야할 일 3가지’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3가지’를 꼽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특정 주제나 예시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조사 결과를 간추려 전해드렸습니다, 상당히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만, 일맥상통하는 흐름도 느껴지는 군요. 

기자) 그래서 답변 내용을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일단 주제별로는 비핵화, 미-한 동맹, 평화체제, 남북관계, 대북제재, 인권문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요. 그 외에 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나 자세에 대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먼저 ‘비핵화’부분을 살펴보죠. 이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은 어떤 것들이 꼽혔습니다.

기자) 먼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개념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원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도 동일한 개념인가를 놓고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잖습니까. 특히 북한이 지난주 전격적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내비치는 표현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의문이 제기되는 데요.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방법으로 아주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고요?

기자)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 5개를 프랑스로 양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굳이 프랑스를 지목한 이유는 프랑스가 국제원자력기구가 공인한 가장 중립적인 핵보유국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이런 과감한 행동을 북한이 취할 경우, 특히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런 조치가 이뤄질 경우 회담의 성격과 분위기가 현저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얼마나 실현 가능한 제안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런가하면 오히려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를 하는 것에 회의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고요?

기자)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꼭 해야할 일” 1순위로 완전한 비핵화 강조를 꼽으면서도,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일방적 비핵화 요구”를 언급했는데요. 조금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인식 같습니다. “북한에게 이른바 ‘선-핵포기, 후-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입니다. 

진행자) 그럼 ‘비핵화’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일”로는 어떤 제언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북한에 희망 섞인 메시지를 전달해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김정은 위원장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제임스 쇼프 가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때문에 회담 전 한국이 미국, 일본과 이 부분을 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가령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빠른 행동을 바라지만, 한국은 미-일 보다 조금 더 인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견 자체보다 이견을 모른 채 하고, 그대로 내버려 둔 채 회담에 임하는 것이 더 큰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연스럽게 ‘미-한 공조’’미-한 동맹’주제로 넘어 가는군요. 이 부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지요?
기자) 헤리티지재단 딘 쳉 선임연구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미-한 공조는 비핵화 과정뿐 아니라 이후에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통일 과정에서도 아주 중요하다는 겁니다. 나중에 북한의 개발을 위해서는 강대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일 텐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누구와 파트너가 되는 것이 이익일지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또 미-한 동맹에서는 주한미군, 연합훈련 등과 같은 아주 실질적인 사안도 있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한다면 이건 김정은의 의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이 있었고요,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이나 연합훈련 등 분야에서 현상 변화를 가져오는 어떤 결정이나 약속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조약’이나 ‘평화체제’가 현실화되면 주한미군 주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이군요.

기자) '평화체제, 평화선언’이 바람직하나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평화조약’은 분위기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는 물론 화학무기, 재래식무기, 인권 문제까지 다 다뤄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지적했고요. 때문에 이번 회담에선 분위기 전환을 위한 상징적 차원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입니다.

진행자) 다음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 나온 제언 짚어볼까요?

기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평화체제’선언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닌 만큼 더 당면한 남북관계 발전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남북간 채널을 다변화하는 방안’등이 거론됐습니다. 

진행자) 남북관계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나 경제 지원도 빼놓을 없는 현안인데요, 전문가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비중 있게 꼽은 것이 바로 ‘경제지원 약속’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됐는데요. 먼저 현실적으로 중요한 경제적 지원이 대부분 유엔 안보리 제재, 미국 독자 제재에 저촉된다는 겁니다. 때문에 비핵화 해결 없이 한국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있고요. 효용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도 있었는데요.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과거 한국이 북한 경제 지원을 많이 했지만, 지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한마디로 경제 개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비효율적이고 폐단이 많은 경제 시스템에서 지원을 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야긴데요. 때문에 상황이 개선돼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지금과 다른 ‘시장 원리’에 따른 운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교류 가운데 제재에 걸려 있는 부분이 아닌 '환경보호, 학술교류, 장학생제도 운영, 인적교류 확대’등을 먼저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기자) ‘대북제재’ 문제까지 짚어봤는데요. 인권 문제를 살펴 볼까요? 이번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몇 명이나 됐습니까?

기자) 15명 가운데 5명이 인권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요, 하지만 그 수위를 놓고는 의견이 조금 달랐습니다. 브라운 교수와 인권 전문가인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강제노동, 기본권 침해 등 모든 분야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인권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너무 부각시키면 안보 분야에서 전략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언급한 전문가 모두가 ‘납북자 문제와 이산가족상봉’은 꼭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비핵화, 한미동맹, 평화체제, 남북관계, 대북제재, 인권’ 등 주제별로 짚어봤는데요. 그 밖에 전문가들이 꼽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기자)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존중 받을 자격이 있는 지도자인지는 의문이지만, 결국 이번 회담의 성공 열쇠는 북한 지도자가 쥐고 있다는 판단이고요. 또 북한과 합의한 모든 항목들에 ‘시한’을 못 박아야 한다는 제안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과거 합의에서는 이 부분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남북관계에서 선대인 김일성, 김정일의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이른바 ‘유훈정치’를 하고 있잖습니까? 때문에 이런 접근을 통해 김정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이 변화와 개혁을 위해 움직일 공간이 더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숙 여사와 동행할 것을 제안했는데요. 그럴 경우 김정은이 아내 리설주와 함께 올 것이고, 그게 회담 분위기를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언입니다. 

진행자)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또 어떤 게 지적됐습니다. 

기자) ‘정치인’으로 회담에 임하지 말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남북문제는 한국 내 주요 정치적 이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정치인이 아닌 ‘국가지도자’대 ‘지도자’로 진솔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고요. 북한에 일방적 선물을 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선물은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고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속지 말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말은 쉽다’ 하지만 ‘행동과 결과’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의 경우는 문재인과 김정은 단 둘만의 단독회담을 피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몇 십 년 묵은 문제가 며칠 만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꼭 해야할 3가지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라는 주제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형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