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권의 안정성이 흔들려 급변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오랜 관측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런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새해를 맞아 `VOA'가 준비한 `2014 북한 체제' 기획보도,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전문가 23 명의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전해 드립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앞으로 3~5년 사이에 북한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여기서 ‘붕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어려운 문제다. 외부의 개입이 따르는 혼란 상황이 발생하기 보다는 군부 등에 의해 김정은이 제거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북한 지역을 점령하거나 평화 유지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그런 역할은 한국이 맡을 것이고,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없이 한국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 래리 닉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규모와 권한을 볼 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쿠데타 음모가 발각되지 않은 채 추진되기 어렵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주도면밀함은 옛 소련의 KGB나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를 능가한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 1990년대에 바로 그런 실수를 했다. 만약 북한의 비상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군사적 개입은 한국의 몫이어야 한다. 군 병력 축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 정부는 북한에 수 만 명의 지상군을 투입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수송과 병참 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개입 여부는 북한의 붕괴 형태에 달렸다고 본다. 갑작스런 쿠데타에 의해 폭력이 장기화하지 않고 김 씨 정권이 대체될 경우 중국은 군사 개입 명분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폭력이 장기화돼 내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중국의 군사개입을 불러올 수도 있다. 중국은 지리적 이점과 북한 군사 방어의 특성상 북한 지역에 대한 군사력 투입이 한국이나 미국보다 유리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붕괴 상황에 대비하고 있고 그런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나는 북한 붕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한다.

·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원: 북한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본다. 급변사태 예측은 옛 소련이 무너진 뒤 20년 넘게 반복돼 왔으며, 그런 상황이 벌어지길 바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다. 북한 정권은 60년 간 권력을 지켜왔다. 통제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권력이 나라 전체에 미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의 삶이 어렵긴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현 정부에 애착이 남아있고, 이런 상황이 쉽게 바뀌긴 힘들다.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면 그건 지배계층 내의 권력투쟁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개입과 관련한 준비는 이미 갖춰진 걸로 알지만 대량살상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춘 매우 제한적인 계획이다. 그런 제한적 대비책은 성공할 수 없으며, 혼란 상황 속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리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 혼자서 북한 급변 상황을 관리할 순 없으며 북한이 붕괴될 경우 한국의 안정도 흔들릴 것이다. 또 주도권 다툼을 놓고 한-중 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북한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지만 특수한 체제 하에서 놀랄만한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체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오히려 조기 붕괴 가능성을 일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만큼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겠다. 과거 나를 포함한 미 정부 관리들이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해 중국 당국과 대화를 나우고 싶어했지만, 중국은 그런 주제를 극도로 꺼렸다.

·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장 (역사학과 교수): 북한에서 최근 전개된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지도력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불안정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제사회는 북한 상황을 주시하고,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할 준비를 해야 한다. 김정은이 효과적으로 권력을 공고히 해 상당 기간 동안 권좌를 지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 급변사태나 붕괴를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북정책을 세울 때 붕괴를 기정사실화해선 안된다.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모습일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붕괴된다면 이는 여러 가지 형태로 전개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점령해선 안된다. 유엔의 권한에 따라 미국과 한국 주도 하에 중국, 러시아, 일본의 협조를 얻는 방식이 최선의 접근법일 것이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통제하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북한의 붕괴는 결국 한반도 통일을 의미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쟁을 개시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지도 않았고, 중국은 그런 협약에 매여있다 해도 북한을 방어해 미국과의 전쟁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다.

·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 (전 국무부 정책실장):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늘 제기돼 왔지만 이는 객관적인 현실에 기반을 뒀다기 보다는 희망섞인 관측일 뿐이었다. 중국이 북한 정권에 식량과 에너지 등을 지원하는 한 북한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하더라도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미리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우선 한국, 중국, 일본과 함께 구체적인 비상계획을 짜야 한다. 특히 당사국들간 충돌 방지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붕괴가 시작되면 엄청난 혼란과 변화가 따를 것이며 여기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문제까지 더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비상 상황 속에서 북한이 공격을 가해도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을 지원하진 않을 것이다.

·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전 국무부 한국과장): 장성택 숙청이 김정은 권력의 안정화를 뜻하는지, 아니면 북한의 불안정을 예고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 정권은 견고하면서도, 깨지기 쉬운 특성이 있다. 북한은 언젠가 극적인 분열 상태를 맞거나, 그런 상황을 일으키는 연속적인 사건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확신있게 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상정해 대북정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선책이다. 더구나 북한 정권이 붕괴될 때에도, 여러 다른 방식으로 무너질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미국의 역할은 미국 지도부의 성격,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입장, 중국 정부의 반응 등에 달려있다.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가 전개될 때 극도로 신중하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6.25 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을 해고한 이래 미국은 한반도에서 위험을 초래할 행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이런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이성윤 터프츠대학 플레처 국제대학원 교수: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호 또한 읽을 수 없다. 현재로선 장성택 처형이 김정은 권력의 공고함을 말해준다. 장성택 제거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빨리 다가왔고 처형 방식 또한 극적이었다는 게 놀랍다.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믿을 수 없다며 때가 되면 그를 신속히 공개 처형하라는 조언을 남겼을 수 있다.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은 장성택과는 달리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김정은은 잔혹한 우상숭배 체제 안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장성택 공개 처형 이후 누구도 북한의 2인자 자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 졌을 때 미국은 북한에 진입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한국을 앞세울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소통 채널도 유지하면서, 인도주의 지원 등과 관련해 미국-한국과 중국 간 역할 분담 논의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1950년대의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용인할 수 없었다.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로서 마오쩌둥의 위치가 흔들리고, 미국,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통일한국의 탄생이 타이완 ‘해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든 조건이 달라졌으며, 한-중 간 교역액이 2천5백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전략적 이해는 통일한국과 더 맞아 떨어진다.

·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북한 상황은 여러 모로 열악하고 붕괴 가능성이 1990년대 초부터 제기돼 왔지만, 급변사태가 일어나진 않았다. 북한 정권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금까진 생존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상황은 중국과의 관계와 교역을 훼손시켜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는 게 내 판단이다. 북한 정권은 어떤 특정 방식으로 붕괴된다기 보다는 중국에게 이로운 방향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중국이 반대할 것이 뻔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 하에 한국과의 논의를 거쳐 상황을 관리할 것이다. 북한의 붕괴시 세계은행의 지원 또한 필요하며 이에 따라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장성택 숙청과 처형이 김정은 권력의 공고함을 뜻하는지, 아니면 취약성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권력 기반이 허약한 김정은이 도전을 막아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2011년부터 계속돼 온 수 백 명에 대한 숙청은 김정은이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고 최고위층 관리들까지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경쟁자들간 투쟁을 유도해 실질적 혹은 잠재적 도전자를 제거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국내외 위협을 견뎌내는 놀랄만한 역량을 보여왔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영향력이 크고 반대 세력이나 움직임이 없으며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에 정권교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내전이나 핵무기 통제 상실과 같은 내적 폭발 양상을 띠느냐, 아니면 한국에 대한 공격과 같은 외적 폭발이 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국과 한국은 전자에 대해 작전계획 5029, 후자에 대해선 작전계획 5027에 따라 대응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그럴 경우 중국의 반응이 불확실하다는 데 대해 우려해 왔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붕괴가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의 반응에 대해 중국 측의 설명을 요구해 왔다.

·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불안정성이 확산되지 않도록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경제 문제나 주민들의 저항에 의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 한국 동맹군을 공격해 오진 못할 것이다. 전쟁의 승산도 없고 정권이 완전히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국익이 우선인 만큼 북한을 지원하진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을 바라지 않는 중국 역시 북한의 남침 계획을 저지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전면전까진 가지 않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려 할 때 중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북한이 치명적 공격을 가해올 경우 한국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강경한 보복 대응을 할 것이고, 그럴 경우 북한은 비이성적 행동에 나서 충돌이 통제할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과 중국은 신속히 협조해 위기를 진성시켜야 한다. 나는 북한이 올해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신 한국에 대한 치명적 공격은 삼갈 것이지만 북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은 그런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로렌스 코브 미국진보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 (전 국방부 차관보):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 김정은은 거침없이 대담한 행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그의 권력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고해졌다.

·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그런 가능성은 언제나 있지만 막연한 가능성일 뿐이다. 만약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미국은 중국과 논의를 거쳐 한국을 도와야 한다. 물론 한국 정부가 동의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 윤 선 스팀슨센터 연구원: 북한의 붕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 곧 북한 정권의 붕괴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몰락할 경우 지도부 내의 또다른 세력이 대신 정권을 잡을 것으로 보는 게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장성택의 처형 역시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신호일 수 있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미국이 서둘러 군사 개입을 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본다. 지역 내 동의 없이 북한을 점령하는 건 역내 안정의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시킬 것이다.

· 존 페퍼 정책연구소 소장: 북한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건 언제나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인다. 경제도 다소 성장했고, 최근 작황 실적도 괜찮았다. 김정은이 정치적 권력도 공고히 했고, 공산주의를 민족주의 이념이 성공적으로 대체했다. 북한은 세계 공산권 몰락, 김일성 사망, 고난의 행군 등 엄청난 파장 속에서도 생존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이런 사건들에 비하면 북한의 현 상황은 상대적으로 위중하지 않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미국의 개입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미국의 진입을 환영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미국은 독재자가 권좌에서 물러나도 나라의 안정은 힘들다는 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북한의 급변 상황 전개시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을 지원하진 않을 것이다.

· 고든 창 포브스 컬럼니스트: 북한 정권은 대체로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해 왔다. 주민들이 정권에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씨 일가는 최고위층간의 투쟁에 의해서만 무너질 것이다.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 정권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장성택 측근을 비롯한 북한 관리들이 가족과 함께 처형되거나 수감될 위험이 늘 따른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정은 정권에 저항하거나 탈출하는 방법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장성택 숙청이 앞서 그가 다른 고위 인사들에 대해 내린 숙청 명령에 대한 보복이라면, 이는 또다른 보복을 부를 것이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 조짐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통제 상실 기미가 보일 경우 개입해야 한다. 또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 역시 막아야 한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지원하진 않을 것이다.

·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국장: 북한 붕괴설이 또 제기되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을 오도하는 것이다. “전략적 무지”라고 할 만큼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관측들이다. 김정은의 권력이 불안하다면 TV를 통해 북한 주민 뿐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장성택의 처형 사실을 공포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권력을 공고히 한 김정은이 자신에 대한 도전을 용서치 않겠다는 경고를 이번에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중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도 중요하다. 대조적으로 한국엔 투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회복력이 강한 이유는 정확히 지적하기 힘들다.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고, 통제가 워낙 강력한 사회라는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도부가 강조하는 강한 민족주의가 유교 이념과 맞물려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력만으로는 이 체제를 한 데 묶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제권력 외에 사회를 다잡고 있는 이 동력의 실체를 외부에서 판단하긴 어렵다. *

·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북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 조만간 붕괴될 수도 있고, 상당기간 끌 수도 있다. 만약 북한이 붕괴된다면 핵무기를 확고히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한된 미군 병력이 이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어떤 개입도 중국의 반발로 인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상당히 신중히 다뤄야 하며, 한국 군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공격을 가해 와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를 지원할 가능성은 없다.

· 댄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 미래 어느 시점에 북한 정권이 내부 붕괴될 것으로 확신한다. 계획경제의 실패에서 비롯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북한 정권의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언제 붕괴될 것인가에 대해선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북한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보여준 회복력 만큼은 인정해야 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계속된 외부지원 때문이었다. 장성택 처형으로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고, 나는 이게 김정은 체제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상정한 대비 계획을 세우는 게 현명하다. 북한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중요한 결정권자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한국민이다.

·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의 붕괴는 조만간 ‘결과’로 나타나기 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내부 폭발이 느린 화면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북한에선 현재 당국의 감시를 벗어난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지도부는 이를 막기 위해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독일 나치정권이나 소련 스탈린 정권 등 다른 전체주의 체제는 길게 지속되지 않았으며 모두 비극적으로 마감됐다. 북한은 이와 달리 두 번의 권력 승계를 거치며 놀랍도록 오래 지속되고 있는 전체주의 사회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의 전체주의 체제에서 다른 정치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큰 격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현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그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아마도 현 전체주의 체제가 보다 다양성을 갖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체제로 변모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권력이 분산돼 북한과 협상하거나 북한을 다루기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그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의 유출 위험이 높아지며, 미국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대비계획을 세워왔다. 물론 중국이 동맹국인 북한의 급변사태를 ‘적국들’과 논의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트랙 투' 방식의 논의를 통해 이런 민감한 사안을 조용히 협의해 왔다.

·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소장: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봉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장성택 숙청은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고위층만을 정확히 도려낸 조치였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안정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 권력 승계 과정에서 장성택이 맡았던 통제탑 역할이 이제 최고 지도자를 향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문제는 김정은이 이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섭정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직접 관여하는 ‘부챗살 접근방식’을 택할 것이다. 김정은이 이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덜 됐다면 정책 결정이 더뎌져 지도부 내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영향력 투쟁을 부추겨 불안정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정책과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김정은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이 높아져 그의 정당성이 훼손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미국이 상황 안전에 개입해선 안된다. 이는 엄청난 저항을 가져와 미-북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경우 중국은 북한 지원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붕괴된다면 미국은 한국의 개입을 지원해 미군을 파견할 것이다. 북한이 만약 한반도에서 무력 행사에 나선다면 중국은 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경우 상호방위조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북한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이 공격해 올 경우 중국은 충돌을 막기 위해 개입할 것이며, 이는 곧 북한 정권의 교체를 의미한다.

·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 장성택 처형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 문화대혁명 사인방의 처형과 비슷한 상황일 뿐이다. 이 일을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 신호로 읽는 분석이 많지만, 나는 권력의 균열이 드러난 것으로 보며 적어도 잠재적인 불안정 요소라고 생각한다. 1989년 동유럽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이를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현재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지만, 최근 동북아시아 국가들간 갈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 패트랙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 북한의 붕괴는 예측불가능하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장성택 숙청을 비롯한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위험 수위는 높아졌다. 한국 군과 미군의 억제력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 상황을 대비한 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중국과 조용한 대화 빈도를 늘려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