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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항공 전문기자, 트레이시 루신스키


[여성 언론인 대담] 항공 전문기자, 트레이시 루신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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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호황을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올해 초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산업 각 분야가 타격을 받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곳 가운데 하나가 여행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입니다. 유력 항공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이야기가 주요 뉴스로 나오는 중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최근 언론계에서 가장 바쁘다는 항공 전문기자를 초대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소속 트레이시 루신스키 기자입니다.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루신스키) 네, 저는 트레이시 루신스키입니다. 로이터 통신에서 항공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직책을 맡기 전에는 시카고 총국장을 지냈고요, 그 전에는 유럽 특파원으로서 스페인 마드리드 지국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경력이 화려한데, ‘항공 전문기자’라는 전문성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루신스키) 하하… 그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항공 전문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희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항공 애호가들이에요.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하늘에 비행기를 날린 ‘항공 종주국’이기 때문에, 비행기와 항공 관련 산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거든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거나, 취미로 비행기 조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와 저희 가족들도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항공 분야에 애정이 커요.

기자) 단지 비행기와 항공 분야가 좋다, 그 이유 때문에 전문 기자가 됐다는 말씀입니까?

루신스키) 네. 시카고 총국장에서 물러나고, 저희 회사(로이터)에서 취재 분야 개편을 할 때 항공 분야를 담당할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았어요. 그 뒤로 계속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이 분야를 잘 맡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항공기 조종사 출신이거나, 항공 관련 학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일을 즐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지루한 기사를 쓰게 되거든요. 저는 하루하루 이 분야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배우기 때문에, 그야말로 신이 나서 일하는 거예요. 그래서 성과도 나오는 거고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기자라는 직업이 좋다는 여성 언론인들이 많더라고요.

루신스키) 맞아요. 특히 독자들에게 특정 사안을 설명하려면, 기자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가 깊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죠. 그 밖에도,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게 기자의 특권이에요. 근로 현장의 평범한 보통 사람에서부터 고위 정책 결정자, 그리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두루 이야기를 듣잖아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알려야 되니까요.

로이터 통신 소속 트레이시 루신스키 항공 전문기자.
로이터 통신 소속 트레이시 루신스키 항공 전문기자.

기자) ‘항공 전문기자’를 다른 매체에서는 보기 힘든 것 같은데, 그런 직책이 있는 신문이나 방송, 혹은 통신사가 또 있나요?

루신스키) 네. 저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항공 전문기자들이 몇 명 있어요.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 ‘블룸버그’ 통신, 그리고 ‘CNBC’ 방송에 있는데요. 모두 훌륭한 기자들이에요. 또한 재밌는 것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많은 여성 언론인이 항공 분야 취재에 진출하고 있는 게 보기 좋네요.

기자) 언론에 입문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루신스키) 9.11 테러(2001년) 사건 직후에 로이터에 입사했습니다. 그때 제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살고 있었는데, 경제 담당 유럽 특파원을 뽑는 기회가 있었어요. 경제를 잘 몰랐는데도 기자가 되고 싶어서 그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잘 적응을 했어요.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기자) 미국에서 태어나셨는데, 마드리드에서 살았던 이유는 뭡니까?

루신스키)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컸어요.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언론학과 스페인 어문학을 복수 전공했거든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마드리드로 떠났어요. 거기가 스페인어의 본고장이잖아요. 현지 대학교에서 스페인어 통ㆍ번역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현지에 눌러산 게 20년이나 되네요. 5년 전쯤에 귀국해서 로이터 통신 시카고 총국장을 맡았는데, 아직도 스페인이 그리워요. 하하하.

기자) 지금까지 언론 경력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일이나, 혹은 나빴던 기억은 뭔가요?

루신스키) 사건ㆍ사고를 다룰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요. 왜냐면, 항공업계 특성상 사고가 한번 터지면 대형 참사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추락사고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마드리드에 있었던 2004년에, 현지에서 열차 폭탄 테러가 발생했어요. 현장 취재를 하면서 희생자와 부상자들의 이야기를 몇 달에 걸쳐 다뤘는데,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기자) 그럼 전문 취재 분야 이야기를 들어보죠. 지금 미국 항공업계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얼마나 어렵습니까?

루신스키) 전례 없는 악조건이 조성된 건 맞아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 항공업계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그래서 요즘 제 일거리가 두 배 이상 늘었어요. 항공 종사자들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취재하는 것도, 저한테는 또 하나의 쉽지 않은 기억이 돼가는 중입니다. 대형 사건ㆍ사고 못지않게 힘들거든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어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업계에 있는 모두가 힘을 합치고, 하나 돼서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기자) 유력 언론사의 유럽 특파원도 하셨고, 시카고 총국장도 하셨는데, 그동안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루신스키) 두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첫째, 한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성장하려면, 높은 자리에서 그 사람을 이끌어주거나 본보기를 보여줄 대변자(champion)가 있어야 돼요. 그런 점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 언론이나 다른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들이니까요. 그래서 대변자나 조언자를 찾기가 힘들어요. 저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언론에 입문했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기자) 그렇다면, 본인은 지금 높은 위치에서 후배 여성들에게 본보기 역할을 잘하고 계신가요?

루신스키) 하하하,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고, 조언자(mentor) 역할을 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로이터뿐 아니라 어느 매체 소속이든 도움이 필요한 젊은 여성 언론인들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자) 여성으로서 겪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셨죠, 다른 하나는 뭡니까?

루신스키)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존재’라는 점이에요. 어머니와 기자,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풀타임(full timeㆍ전적으로)으로 수행하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특히 언론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긴급성을 요구하는 업무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속보를 다루는 일들 같은 것들이죠. 큰 속보 거리가 터지면, 모든 걸 내려놓고 현장에 달려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역시 만사 제쳐놓고 아이한테 달려가야 하는 게 어머니의 사명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해내야 하는 게, 직장 내의 여성들이에요.

기자) 남성에게는 없는 부담을 여성들이 갖고 있다는 말씀인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합니까?

루신스키)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나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론사의 예를 들면, 기삿거리도 적극적으로 발제하고, 특집 소재도 발굴하고, 인터뷰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기사를 써야 해요. 그래야 여성 스스로 불이익을 지워나갈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일부 여성이 육아나 가사 부담 등을 이유로 남성들보다 일을 덜 하려는 경향도 있거든요. 그렇게 수동적인 태도로 나가면, 상대적으로 남성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언론사뿐 아니라 다른 사회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이군요?

루신스키) 그렇습니다. 배정받은 취재 분야나 출입처가 맘에 안 들더라도, 중심을 잡고 몰두하면 크든 작든 열매를 맺습니다. 많은 걸 배우게 되고요,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능력을 알게 돼 놀라기도 해요. 실제로 제가 그랬거든요. 처음 유럽 특파원 당시 경제 담당 기자를 할 때, 경제나 주식시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항공 전문기자가 될 때도 전문성이 없던 상태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문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너무나도 즐겁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겁니까?

루신스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서 잘해나가는 거예요. 코로나 사태로 항공 업계가 처한 어려움 때문에,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요즘 써야 할 기사가 넘쳐나거든요. 앞으로 몇 년이 됐든, 미국 항공 산업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도할 각오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뭔가요?

루신스키) 세계 어느 곳에 사시는 분이든, ‘언론을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편향성 없고, 사실 중심으로 보도하는 매체들을 지지하고 힘을 주라고 당부 드립니다. 좋은 언론은 좋은 사회의 기반이니까요.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로이터 통신 소속 트레이시 루신스키 항공 전문기자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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